-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인터넷 실명제 폐지와 업로드 상한제 도입 검토 방침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국정감사에 출석, "실명제 문제를 점진적으로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으며 데이터 폭증 문제에 대해서는 "업로드 상한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법안에 종합편성채널의 강제 위탁 규정을 넣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통신비 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것을 요청했고 SK커뮤니케이션즈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대해 집중 취약계층 지원정책이 미비하다는 질책도 이어졌다.
◇ "실명제 점진적 검토할 상황" = 최 위원장은 인터넷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도 폐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인터넷 보안 대책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했다고 하지만 이 때문에 국민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것이다"며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명제 문제는 점진적으로 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제(인터넷 실명제 폐지)에 대해서 관계당국과 논의하고 있다"며 "관련 법이 2007년 국회를 통과할 때에는 상당히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재검토할 환경이 됐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로드 상한제로 데이터 폭증 해결 검토" = 최 위원장은 일부 사용자가 유·무선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사용, 데이터 속도를 저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로드 상한제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데이터 트래픽 폭증 해결을 위해 업로드 상한제를 도입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좋은 아이디어다.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업로드 상한제는 1인당 업로드 트래픽 총량 한도를 정해 트래픽 독점을 해결하는 방안이다.
진 의원은 "유선 인터넷 정액제 사용자 중 상위(이용량 순) 5%가 전체 트래픽의 49%을 일으키고, 무선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 상위 1%가 전체 트래픽의 45%를 차지하는 등 독점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업로드 상한제를 제안했다.
진 의원은 "데이터 트래픽을 독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웹하드나 P2P 파일공유를 사용하는 업로드 헤비유저(과다 사용자)들"이라고 지적했다.
◇ "종편 광고영업 규제 부적절" = 최 위원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렙 관련 법안에 대해 종편의 강제 위탁 규정을 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규제는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데 현재 종편 관련 광고 영업이 자율로 보장돼 있다. 규제에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종편에 대해서는 현행법대로 시행하는 것이 옳지 방송사가 출범하기 전에 종전의 틀을 바꿔 새 입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미디어렙 법안 제정 이전 일부 지상파방송사들의 독자 미디어렙 설립 움직임에 대해서는 "현재 코바코 체제에서 지역방송사나 종교방송이 받는 정도의 지원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이 종편 사장단과 모임을 갖고 종편의 채널 선정에서 특혜를 주려고 했다"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지상파방송사들과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 사이에 심각하게 이해가 엇갈린 상황에서 어떤 채널을 주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 과도한 통신비 문제 '도마 위' = 통신비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통신3사가 지난해 단말기 보조금으로 지급한 2조1천730억원을 가입자 5천76만명의 통신비 인하에 사용한다면 1인당 연간 4만2천809원의 인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진형 의원은 "국내에서의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가격은 국외 평균 판매가격의 2배 이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이동통신사에 관계없이 구입해 사용하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국민은 가입비 폐지, 문자메시지 무료화 등을 기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통큰 인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따졌다.
또한 한나라당 심재철,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군 입대장병의 경우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면서도 번호 유지를 위해 일시정지서비스 요금으로 복무기간 6만∼7만원을 부담한다는 점을 들어 군 입대장병에 대한 일시정지 요금 면제 등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 '통신요금 거품빼기' 아이디어 속출 = 최근 인터넷상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데 따른 추궁도 이어졌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국내 기업 중 63.5%는 자사 시스템에 대한 보안투자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기준 이상의 보안대책을 마련하지 않거나 보안침해 사고가 있는 기업에 대해 정부 공사ㆍ용역 발주에 있어 페널티를 주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외국 사이트에서의 우리 국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노출은 2008년 1천503건에서 지난해 1만4천260건으로 849% 늘었다"며 "기업이 수집ㆍ보유 중인 개인정보 폐기, 실효성 없는 인터넷 실명제 등의 전면적 재검토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질타가 이어지자 "최근 발생한 대량 해킹을 심각한 사태로 보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의치 못한 게 많아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다만 기업 감싸기 등의 일은 없다"고 말했다.
◇ '디지털 전환 정책' 비판 이어져 = 방통위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지적이 집중됐다.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장애인들에게 보급된 자막 방송과 화면해설 방송의 수신기의 상당수가 아날로그용이다. 방통위가 디지털 전환 이후 장애인들의 방송 수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전환 지원 대상인 취약계층의 범위를 지상파 TV 직접수신자에서 유료방송 가입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은 "시청자의 86.8%가 유료방송에 가입해 방송을 시청한다. 직접수신세대에만 지원이 국한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경 의원도 "경제적 취약계층이 디지털 취약계층과 일치한다. 2013년 1월에 취약계층이 디지털TV를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금년 7월 초부터 사업이 시작돼 현재 수치는 낮다. 소외계층,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