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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의 혁명가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가 실패했던 몇 안되는 품목 중에 애플TV가 있다.
지난 2007년 출시한 애플TV는 안방에서 TV와 컴퓨터를 연결해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됐지만 설치와 사용이 불편하다는 단점 때문에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해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도 못하는 제품이 되고 말았다.
잡스가 음악과 휴대전화, 게임, 태블릿PC 분야에서 혁신적인 반응을 불러온 것과 비교하면 TV는 간신히 시작했다가 처참하게 물러선 품목이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앞으로 TV가 정보기술 발전을 접목시키는데 아주 적합한 품목이며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 가장 역점을 둘 분야도 TV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제임스 맥퀴비 애널리스트는 "TV는 아직 IT기술이 정복하지 못한 분야"라면서 "사람들이 TV를 켜놓는 시간은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TV는 사람들의 이용시간이 많기도 하지만 그동안 스크린 크기를 키우는 것 외에는 별다른 혁신적 발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변신의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TV에 방영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퍼 날라 현재 사용하는 모든 영상기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애플TV가 실패했던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TV나 영화 콘텐츠를 강제로 가져올 수 있게 하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아이튠스 매장에는 인기 TV 프로그램이 나와 있지만 방송사나 영화제작사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싼값에 애플에 공급하기를 꺼리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케이블TV 업체들이 이를 반대하는데다 이런 콘텐츠는 역시 케이블TV를 통해 가정에 공급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애플과 방송사 간부들은 방송 콘텐츠를 넷플릭스나 훌루 플러스 등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제공하는 협상을 벌였으나 방송사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여 중단됐다.
8년전 잡스가 음원 제작사와 협상을 해 다양한 음악을 아이튠스에 제공하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TV가 가정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도 애플TV가 넘어야할 숙제다. TV는 단순한 스크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방송사가 가정에 공급하고 그 대가로 광고주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애플TV가 기술개발 이상의 것을 풀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