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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치곤 작은 체구에다 운동선수 같지 않은 곱상한 얼굴, 거기에 동그란 금테안경까지, 마치 야구 만화 주인공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특유의 다이내믹한 공격 피칭으로 타자들은 삼진으로 나가 떨어졌고 팬들은 전율을 느꼈다.
올해로 서른 돌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계에서도 최동원의 존재감은 '불세출의 에이스' 그 이상이다.
아마추어 야구를 평정한뒤 1983년 프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최동원은 이듬해인 1984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27승13패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올리며 소속팀 롯데를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다.
상대는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 전문가들은 당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삼성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롯데에는 최동원이 있었다.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실제로 최동원은 1,3,5,6,7차전 등 5차례나 등판했다.
1차전과 3차전에서 각각 9이닝 7안타 완봉승(롯데 4-0 삼성), 9이닝 6안타 2실점 완투승(롯데 3-2 삼성)을 거뒀다.
5차전에서는 8이닝 6안타 2실점으로 완투했지만 2-3으로 패해 그의 활약은 빛이 바래는 듯했다.
그러나 최동원은 6차전에서도 마운드에 섰다. 5회부터 구원 투수로 나서 6-1로 승리를 지켜며 한국시리즈를 최종전으로 끌고 갔다.
최동원은 7차전에서도 선발 투수로 나서, 체력적으로 지쳤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9이닝 10안타 4실점 완투승(롯데 6-4 삼성)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만 40이닝을 던지며 홀로 4승을 따 낸 최동원이 롯데에 기적적인 첫 우승을 안겼다.
최동원은 프로 통산 8시즌 동안 103승 74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46, 1019탈삼진을 기록했다.
통산 기록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그가 선동렬 전 삼성 감독 (146승40패132세이브 평균자책점1.20) 과 쌍벽을 이루는 투수로 기억되는 것도 '1984년 가을의 추억'이 남긴 강렬한 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 없는 '한국시리즈 나홀로 4승'의 진기록을 남긴 '무쇠팔' 최동원은 14일 아침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누구보다 강렬했던 그의 활약을 기억하는 팬들이 있기에 최동원이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 프로 야구계에 영원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