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유시장 '시장통'
  • ▲ 수유시장 난타동아리 '시장통' ⓒ추진혁 기자
    ▲ 수유시장 난타동아리 '시장통' ⓒ추진혁 기자

    “탕탕 쿵쿵 샤라라락”

    매주 수요일 저녁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 한복판에는 도저히 의성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쾌한 남미 느낌의 리듬이 울려 퍼진다.

    소리를 따라 수유시장 주민 문화 공간 ‘다락방’으로 올라 가봤다.

    그곳에는 다양한 크기의 북과 난생 처음 보는 항아리 모양의 악기들이 절묘한 리듬을 발산하고 있었다.

    아고고, 쉐께레, 수루두, 까이샤, 헤삐니끼, 땀보린, 슈깔류...이름도 생소한 브라질 타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하모니를 완성했다.

    수유시장의 난타동아리 ‘시장통’은 브라질 고유의 춤인 바투카다 (Batucada) 를 시연하는 동아리다.

    시장 상인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단원으로 가세한 지역밀착형 문화사업으로 바투카다란 삼바춤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브라질 흑인들의 집단적 무도이다.

    기본적인 리듬은 2/4박자이며 드럼이나 손으로 만든 타악기, 손뼉 등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원을 그려 가며 춤을 춘다.

    주부들이 일제히 각자의 악기를 두드린다. 신나는 몸동작과 북소리가 들리고, 난생 처음 보는 항아리를 닮은 악기를 흥겹게 흔든다.

    따로 따로 노는 듯이 악기와 몸을 흔들지만 잠시만 귀를 기울이면 만들어가는 합주의 일정한 리듬이 심장을 울리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높낮이의 음정을 가진 타악기들이 같은 리듬으로 주고받는 독특한 합주와 원초적인 진동이 직접 심장을 두드리는 느낌이다.

    난타동아리 ‘시장통’은 지난해 7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 (문전성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유시장에서 시작됐다.

    단장을 맡고 있는 윤영숙 (55, 서울 강북구 수유동) 씨는 “마치 옛날 주부들의 다듬이질과 같이 신나게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효과가 있다” 며 난타공연의 장점을 설명했다.

    또한 “1주일에 한 번 있는 연습이 끝나면 매우 아쉬운 느낌이 들고, 연습시간 이외에도 리듬을 손으로 연습하게 된다. 가족들도 난타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뿌듯해 했다.

    작은 크기의 북인 까이샤를 맡아 연주하는 김지연 (57, 강북구 수유동) 씨는 “다양한 악기의 화음이 중요하다 보니 빠지는 사람이 생기면 허전할 때도 있지만, 다 함께 모여서 연주를 하면 결속력도 생기고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며 난타 예찬론을 폈다.

    실제로 리듬을 끼어 맞추려고 급급하기보다는 연주를 통해 단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고 호흡을 맞추는 일체감이 난타 공연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유시장에서는 난타동아리 외에도 한국 무용, 종이 공예, 목공 등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었다.

    지역주민과 전통시장이 공간과 문화를 함께 공유하면서 직접 시장의 새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시장통’ 의 의미가 있다.

    난타동아리 ‘시장통’은 10월 중으로 수유시장 인근 3곳의 시장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