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 '보이는 라디오' 이종근씨
  • ▲ 풍물시장 라디오 DJ 브르스리 ⓒ 양호상 기자
    ▲ 풍물시장 라디오 DJ 브르스리 ⓒ 양호상 기자

    “상인여러분, 풍물시장을 찾은 고객여러분! 안녕하세요~ 풍물시장 라디오 방송에 ‘DJ 브르스리’ 인사드리겠습니다."

    시그널 음악과 함께 DJ의 멘트가 시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풍물시장 2층에 자리한 ‘보이는 라디오’에는 생방송을 알리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것이다.

    머리에 커다란 헤드폰을 쓴 DJ 브리스리. 그는 이곳 시장에서 구제의류 가게를 운영 중인 이종근(51)씨다.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다고 해서 장롱을 열고 뭘 입을까 한참 고민에 잠겼습니다. 계절의 변화가 올 때면 해마다 ‘작년엔 뭘 입었지?’라고 생각하게 되죠.” 이 씨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전문 DJ 못지않을 정도로 능숙한 말솜씨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풍물시장 라디오 방송이 생긴 후부터 DJ로 활동해 왔다. 풍물시장 라디오 경력이 1년이 넘는다.

    장사하기도 바쁜 그가 어떻게 라디오 DJ를 맡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이 씨는 “풍물시장은 동대문운동장 안에 있던 풍물벼룩시장이 2008년 이쪽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운을 띄었다.

    위치를 옮기자 초창기에는 상점들이 자리 잡기가 어려웠다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라디오 방송이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라디오 방송국은 활기찬 시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그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풍물라디오 방송 DJ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직접 DJ가 돼 시장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이 씨는 말했다.

    “라디오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다 보면 상인들끼리도 더욱 가까워지는 걸 느껴요. 예전에는 장사하기 바빠서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시장 전체가 화기애애해졌어요.”

    라디오 방송이 상인들의 단결을 이끌어냈다. 손님들의 반응도 뜨겁다. 단골손님들은 방송 시간을 알 정도로 관심이 상당하다. 처음 풍물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시장에서 라디오 방송이 나오자 신기했는지 걸음을 멈추고 방송을 듣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보이는 라디오 근처로 와서 부스 안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 ▲ 풍물시장 라디오 방송국 ⓒ 양호상 기자
    ▲ 풍물시장 라디오 방송국 ⓒ 양호상 기자

    방송은 시장 내 894개 상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인들과 고객들이 직접 신청곡과 함께 사연을 보내기도 한다. 여느 라디오 방송과 마찬가지로 추억의 팝송부터 트로트, 대중가요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DJ 브르스리가 탤런트 최주봉과 김수미씨의 성대모사로 시장 내 에피소드를 전하는 코너도 인기다.

    그러다보니 이 씨는 풍물시장에서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을 마치고 들어오면 주변 상인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매주 방송을 하지만 상인분들이 모니터링을 해주죠. ‘오늘은 목소리가 멋있었다’ ‘김수미 성대모사가 너무 재밌었다’ 등 다양한 평을 해주십니다. 이제는 그 재미에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그는 장사를 하다가도 틈틈이 멘트를 쓰고, 발음 연습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 씨는 과거 다방 DJ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대학시절에 학비를 벌기 위해 다방에서 DJ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경험을 살려서 하다 보니 금방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상인,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라디오 DJ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풍물시장 라디오 방송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방송국에는 영상중계방송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시장 내외부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아프리카 방송(star.afreeca.com)을 통해서도 청취와 동시에 라디오 진행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