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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고등어 한 마리 주세요~”
여기저기 주문소리가 빗발치자 사장님 손놀림이 바빠졌다.
‘툭툭툭’ 칼질 세 번으로 생선 손질을 끝낼 정도로 능숙한 솜씨. 수십 마리 생선은 순식간에 손님들 손에 쥐어졌다.
서울시 응암동 대림시장에 있는 생선가게 남해수산 앞 풍경이다.
제철을 맞은 고등어와 꽃게 등을 사러 온 손님들은 하나 같이 “싱싱하다”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산지에서 바로 온 것 같은 신선한 생선, 여기에는 남해수산 심점세(58) 사장님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심 사장에게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유리덮개’라고 답했다.
“보통 시장에 있는 가게들은 스티로폼 박스에 생선을 쌓아두었다가 팔아요. 물건을 밖에 내놓다 보니 금방 신선도를 잃어버리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이 유리덮개입니다.”
유리덮개가 공기접촉을 줄여 신선함을 오래 유지토로 해준다는 것이 심 사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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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덥혀 있다 보니 생선가게 특유의 비린내도 전혀 없다. 덕분에 생선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나 벌레들도 없어 위생적이다. 심 사장은 “이 유리덮개는 신선도도 유지하고 청결까지 지켜주는 효자”라며 “10년 전 가게를 처음 열면서부터 사용해왔고, 우리집 트레이드마크가 됐다”고 설명했다. 심 사장이 생각해낸 생선 보관법 중 하나인 셈이다.
두 번째는 온도다. 생선을 냉장 보관할 때 신선함을 유지하는 최적의 온도가 0~3도. 심 사장은 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진열하는 노하우도 만들어 냈다. 우선 물건은 팔 만큼만 조금씩 내놓는 것이다.
남해수산에서 판매하는 생선은 고등어, 가자미, 병어 등 수십 종류. 하지만 종류마다 겨우 5~6마리 정도만이 진열돼 있다. 얼핏 보면 생선보다 손님 수가 많아 보일 정도다.
심 사장은 “우리 집은 생선을 조금씩만 꺼내 놓는다”고 말했다. 생선은 온도가 달라지면 금방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생선을 사가면 냉장고 안에서 생선을 꺼내 다시 진열대를 채워놓는 방식이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내놓으면 저희야 편하죠. 하지만 손님들에게 가장 신선한 생선을 제공하려면 이정도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돼요.”라며 심 사장은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다 보니 남해수산은 진열대보다 냉장고가 차지하는 부분이 더 넓다. 매장 안에는 냉장고가 가득 차있고, 정작 상품은 매장 밖에 진열해놓는다.
진열된 제품들은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뒀지만 여기서도 보관법이 있다. 심 사장은 낮은 온도를 만들기 위해 스티로폼 가득 얼음을 채워놓는다. 귀찮을 법도 한데 얼음이 녹기 전에 갈아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심 사장은 물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는 새벽마다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물건을 때온다. 매일 새벽 4시부터 그날 들어온 생선을 체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산지에서 올라온 제품들 중에서도 싱싱한 것들만 선별해 갖고 온다.
“저희집 생선은 생물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싱싱해요. 그날 잡힌 물건 중에서도 싱싱한 녀석들만 때 와서 파니 품질은 최고예요. 그래서 한번 온 손님들은 반드시 또 찾아오죠.”
손님들도 심 사장이 꼼꼼하게 고른 물건을 믿고 사러 오는 단골들이 대부분이다. 이날 남해수산을 찾은 한 손님은 “이 가게서만 생선을 산지 8년째”라면서 “제철마다 가장 신선한 생선을 살 수 있어 항상 이곳을 들린다”고 말했다.
“여기는 그날 나온 물건들만 판매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어요. 거기에다가 파리한 마리 안 꼬일 정도로 청결하니 자꾸 찾게 돼요.”라며 단골이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심 사장은 생선을 손질하랴, 제품을 꺼내놓으랴 분주하다. 아무리 바빠도 “가장 신선한 생선을 팔자”는 그의 장사철학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