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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1호선 인천행 열차를 타고 인천을 거의 다 가로지르고 나면 동인천역에 도착하게 된다.
경인선 급행열차의 종착지인 이곳 인근에는 남부역 방면으로는 신포시장, 북부역 방면으로는 중앙시장과 송현시장 등 전통시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시장이 형성되고 나그네들이 모여들면 가장 활발해지는 곳은 먹거리 장터다. 시장을 병풍처럼 둘러싼 화평동 냉면골목, 송현동 순대골목, 인현동 삼치골목, 신포동 닭강정 골목 등이 오가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특히 화평동 냉면골목은 전국구 스타다.
많은 사람들이 화평동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의 명성은 익히 들었을 것이다.
동인천역 중앙시장 출구에서 화평철교를 지나 왼쪽으로 들어가면 냉면집이 빼곡한데 이곳이 바로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거리' 다. 대부분 3500~4000원선의 저렴한 가격으로도 ‘세숫대야’로 불릴 정도의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오는 푸짐한 양과 시원한 맛이 일품인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은 이동 갈비, 신당동 떡볶이, 대구 막창과 같은 보통명사가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늘어선 많은 냉면가게 중에서도 단연 눈에 돋보이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수박냉면’이 있는 일미 냉면이었다.
수박 냉면은 커다란 수박을 반으로 쪼개 그 위에 비빔냉면을 주는 일미냉면만의 메뉴로 화평동 냉면골목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선보이고 있다.
직접 개발한 수박 냉면을 5년째 선보이고 있는 홍경애 사장은 “수박 냉면은 세숫대야 냉면부터 이어온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 퓨전음식”이라면서 “수박의 하얀 속살이 다 드러나게 드시고 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매콤함과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지는 비빔냉면을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 위에 올려 나오는 수박냉면은 일단 보기에도 푸짐해 보이는데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비빔냉면의 매운 맛을 수박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으로 중화시켜주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커다란 수박 반통이 통째로 나와서 가족이 함께 먹어도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푸짐한 양을 찾는 대식가들과 색다른 맛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을 모두 만족시킬 특색 있는 메뉴다.
수박냉면은 주로 여름철에 많이 출하되는 수박의 생육 특성상 여름이 제철이라서 5~8월 사이에 준비가 가능하고 겨울철에는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사리가 무한 리필되는 세숫대야 냉면을 즐기며 다음 여름에 찾아올 수박냉면을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송현동 순대골목은 한때 20여개의 순댓국 가게가 한 골목에 성업할 정도로 우리나라 순댓국 메카로 불렸던 곳이다.
동인천역에서 송현시장으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송현동 순대 골목은 인천 동구에서 지정한 먹을거리 명소로 전통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송현시장에 인접하여 있고 인근에 위치하여 인천시내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수도국산(만수산 또는 송림산)에 가는 길에 들러 식사를 하기에 좋다.
수도국산에는 6~70년대 달동네의 풍경을 재현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도 자리 잡고 있어서 시장과 순댓국, 그리고 달동네 체험이 어우러진 추억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코스다.
송현동 순대골목에 자리 잡은 진미식당의 메뉴는 순대국밥과 곱창전골 이렇게 2가지다. 혼자서 찾아왔거나 부담 없이 식사를 하고자 하는 손님들은 순대국밥을 찾고, 여럿이 모여서 즐거운 술자리로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곱창전골을 많이 찾는다.
시장의 인심이 그대로 담겨있는 순대국밥에는 순대를 비롯하여 머리고기, 오소리감투 등의 돼지부속을 듬성듬성 썰어 듬뿍 담아 끓여내는 순대국밥은 6000원 가격에 걸맞게 푸짐한 양을 자랑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송현동만의 순대국밥 맛을 보여준다.
30년째 진미식당을 운영하는 김기선씨는 순대국밥 맛의 비결로 먼저 정성이 깃든 재료를 이야기했다. 국밥의 기본이 되는 국물 맛의 비결로 돼지뼈 사골을 밤새 푹 고아낸 국물을 들었다.
“푹 고아낸 국물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는데, 그러면서도 변질되지 않은 신선한 국물 맛을 제공하기 위해서 고아낸 국물을 다시 우려내거나 하지는 않아요. 매일 새로운 사골로 우려낸 국물을 냅니다”라며 국물 맛의 비결을 밝혔다. 더 자세한 사항은 영업 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순대, 곱창, 내장, 머릿고기, 오소리감투 등 고기들이 들어가면서 다양한 씹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데 고기를 다른 곳에서 삶아 가져오지 않고 직접 이 곳에서 삶아내면서 맛을 낸다.
특히 돼지의 위를 일컫는 오소리 감투는 신선한 상태에서 찬물에 잘 씻어 손질한 뒤 푹 삶았다가 식혀 쫄깃쫄깃한 식감을 살려주는 순댓국의 감초 역할을 한다.
동인천역 앞 송현시장과 중앙시장을 들렀다 식사를 하고자 할 땐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의 시원한 맛과 송현동 순대국밥의 구수한 쫄깃함을 둘 다 쉽게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번에 두 음식을 맛보려는 과욕은 금물이다.
순대국밥은 고기가 듬뿍 담겨 성인 남성 1명이 그릇을 비우고 나면 배가 쉽게 차오르고, 세숫대야 냉면은 이름처럼 커다란 그릇에 넉넉한 양이 담겨져 나오는데다가 무한 리필까지 돼서 한 끼는 물론 하루 종일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맛을 가졌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곳은 모두 전통시장과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