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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왼편에 종로구 효자동 통인시장이 있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갈 수 있지만 한번 통인시장을 가기 전 경복궁을 통해 가면 통인시장의 멋을 더 느낄 수 있다.
효자동 통인시장으로 가다보면 1960,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선 것 같은 고즈넉함이 남아있다. 사람 키보다 조금 큰 건물과 탁 트인 길, 서울 근교의 시골 같은 골목길이 매력이다.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가게들과 장사진을 치는 관광객들로 상징되는 삼청동이나 인사동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고도제한 등으로 개발에 발이 묶인 게 오히려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게 됐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멋들어진 경복궁 돌담길과 청와대로 오르는 효자동 길, 검문하는 경찰들이 은근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반면 미로 속을 걷는 듯한 골목길에는 다른 서울 거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통인시장을 찾아가는 동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입맛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통인시장은 맛집들이 많이 있지만 눈길을 끄는 두 가지 먹거리가 있다. 그 먹거리는 기름떡볶이와 사찰음식이다.
통인시장에서 처음 소개할 먹거리는 기름떡볶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인시장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도 기름떡볶이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보통 떡볶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기름 떡볶이는 색다르다.
50년이 넘게 그 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름떡볶이. 원래 떡볶이는 임금님이 드시던 궁중 떡볶음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궁중 떡볶음은 잡채에서 유래되어 당면대신 떡을 넣은 고급음식이었다. 이와 반대로 서민들에게 있어서는 간장만 두르고 먹는 배고픔을 잊기 위한 음식이었다. 떡볶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볶아먹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볶이’ 라는 어원에 가장 가까운 조리법으로 만든 것이 서울형 떡볶이인 기름떡볶이다. 통인시장 중간에 위치한 ‘효자동 옛날 떡볶이’는 전통적인 기름 떡볶이를 만날 수 있다. 기름떡볶이는 하얀 간장 기름떡볶이와 빨간 고추장 기름떡볶이가 있다. 두 종류를 함께 먹어볼 수 있다면 떡볶이의 새로운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각각 1인분에 3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익숙한 떡볶이와는 달리 국물이 없다. 또 고추장이 아닌 고추기름으로 하는 것도 특징이다. 두꺼운 가마솥판에서 볶기 때문에 더 쫄깃하다. 겉이 바삭해지거나 약간 탄맛이 나는 것도 특징이다. 기름떡볶이에 전들도 함께 먹으면 맛이 잘 어울러 진다. 전의 종류도 다양하게 있다.
요즘 입맛에는 느끼할 수도 있지만, 단맛 없이 재료 그대로의 담백함이 있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색다른 맛일 것이다. 기름으로 하기 때문에 조리직후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서민 음식문화의 대표로 떡볶이만한 것이 없다. 학창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음식이며, 출출할 때 간식거리로 최고 일 것이다. 요즘은 떡볶이를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새롭게 조명하면서 이색 떡볶이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원조 떡볶이를 찾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통인시장에 남녀노소 학생들이나 젊은 층이 좋아하는 기름떡볶이가 있다면 직장인들과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을 사로잡는 또 다른 먹거리가 있다. 바로 통인시장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사찰음식이다.
요새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채식을 위주로 하는 사찰음식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찰음식, 불가음식은 템플스테이와 함께 불교문화의 대중화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사찰음식은 '불교에서 허용하는 승려들의 음식'으로서 오신채(五辛菜:마늘·파·달래·부추·흥거)를 넣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 고기를 넣지 않은 음식을 사찰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정보다. 고기는 병이 든 스님들에 한해서는 허용된다. 즉, 몸보신으로서 먹는 육류음식 또한 사찰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찰음식 전문점이 효자동 통인시장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곽가네 음식’이다.
곽가네 수랏간에서는 조미료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아 맛이 토속적이다. 성인병 예방과 비만 예방에 좋은 견과류탕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일반 된장찌개(5,500원)부터 곽가네정식(25,000원)까지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곽가네의 대표음식은 인삼견과류탕(13,000원), 더덕견과류탕(11,500), 연근견과류탕(10,500)이다. 각 견과류탕은 콩국수같이 뽀얗고 걸죽한 국물이 무척 인상적이다. 두부, 대추, 호박 등 각종 몸에 좋은 재료가 듬뿍 들어있다. 인삼, 더덕, 연근이라 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곽가네의 견과류탕들은 더 담백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원기회복에 좋다. 피로에 치지고 힘이 없다면 꼭 곽가네에서 견과류탕을 입맛에 맞게 먹어보면 좋을 것이다.
요즘은 사찰음식과 건강식이 동일하게 생각되는 추세다. 조미료에 민감하거나 짠 음식을 싫어하다면 특히 잘 맞을 것 같다.
통인시장에 가면 예전 우리의 멋과 맛이 함께하는 곳이다. 가을의 정취가 물신 풍기는 요즘 통인시장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