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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장시장에서 소머리국밥집을 2년째 운영하고 있는 맹승현 사장은 최근 뜻하지 않게 청와대의 부름(?)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달라는 중소기업청의 요청을 받은 것이다. 맹 사장은 광장시장 상인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지난 20일 맹 사장은 주방 아주머니께 영업 준비를 맡긴 채 새벽 6부터 청와대로 향했다.
회의에서는 하루 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중소 가게 ‘카드 수수료 인하’ 결의 대회가 다시 도매위에 올랐다. 토론에 나선 지역별⋅업종별 소상공인 대표 40여명은 청와대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청와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조찬 메뉴로 광장시장의 소머리국밥을 준비했다. 행사가 있기 전날 맹 사장이 70인분을 손수 마련한 것이다.
토론회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맹순네 가게를 찾았다. 광장시장 먹자골목에 위치한 자그마한 가게에 들어서자 “어서오세요~ 제가 오늘 청와대에 다녀온 맹승현이예요”라며 반갑게 맞아줬다.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냐고 묻자 맹 사장은 ‘카드 수수료’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며칠 전 잠실에서도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고 외식인들 10만 명이 궐기대회를 열었잖아요. 청와대 회의에서도 소상공인들이 이명박 대통령께 높은 카드 수수료의 문제점을 말씀드렸어요.”
맹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관계자들도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것 같았다며 상황을 전했다.
맹 사장은 “직접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수수료 문제점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1만원 미만의 음식을 판매하는 업소는 수수료가 더욱 부담이라는 것이다.
맹 사장 가게인 '맹순네' 주 메뉴인 소머리국밥은 단돈 6,000원. “요즘은 1만원 미만도 카드를 긁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수료 내기가 벅차요. 국밥 한 그릇 팔아서 몇백원 때면 정말 속상하죠. 한 달에 수수료만 약 50만원 정도가 빠져나가는 정도예요.” 맹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맹순네 가게 한 달 순이익은 200만원 대다. 여기에 카드 수료를 빼면 정작 맹 사장이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대가 된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하지만 지갑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다.
맹 사장은 “우리 같은 상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매일 똑같아요. 주방과 서빙 아주머니 월급에 가스비, 월세, 재료값 거기에 카드 수수료까지 빠져 나가니까요. 다른 건 저희가 최대한 줄여보지만 카드수수료는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렇다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질을 낮추지는 않는다. ‘비싸더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자’는 것이 음식장사를 해온 그녀의 소신이다.
소머리 국밥의 맛을 좌우하는 ‘소’도 국내산만 사용한다. 맹 사장은 “한우를 우려야 사골국물이 진하게 잘 나와요. 고명으로 올라가는 머리고기도 수입 산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부드럽고 쫄깃하죠.”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녀는 수입산이 아닌 한우만을 고집한다.
맹 사장은 “이게 오늘 청와대에 간 국밥이예요”라며 소머리국밥을 한 국자 떠서 보여줬다. 뽀얀 사골국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국밥을 드시더니 ‘정말 맛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주셨어요. 청와대에 이렇게 식사를 제공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맹 사장은 솥뚜껑 시위로 촉발된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 사태에 정부가 책임있는 후속대책을 내줄 것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