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님은 지금 전용기 안에서 회의중이십니다"
    유럽 등 외국 하늘에서 국내 대기업 회장의 전용기들이 조우(遭遇)하는 일도 생길까?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3일 현재 모두 전용기를 몰고 외국에 출장중이다.

    특히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기치로 내건 김 회장은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에 이어 국내 대기업중 5번째로 작년 하반기 900억원대의 20인승 전용기를 사들여 십분 활용하고 있다.

    보잉 737을 개조한 보잉비즈니스제트기다.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 차남규 대한생명 사장, 박재홍 ㈜)한화 무역부문 대표 등을 동행하고 베트남으로 날아가 한국의 한ㆍ베트남 경제협력포럼을 결성했다.

    호앙쭝하이 부총리를 만나 교역과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등 베트남 일정을 마무리한 김 회장은 지난 주말 '애마'에 몸을 싣고 프랑스 칸으로 향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열린 '비즈니스 20(B20) 정상회의'의 한국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일정이 허락하면 유럽 지역의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올해 이미 그리스와 동남아시아 5개국 등 출장에서 전용기의 효력을 확인했다.

    SK는 2009년 9월 미국 걸프스트림사의 18인승 G550을 구입했다.

    최 회장은 회의를 할 수 있도록 기내를 회의장으로 개조하고 전용기라는 말 대신 '업무용 항공기'로 불렀다.

    글로벌 사업이 확대되면서 '빠른 경영'이 필요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최 회장도 B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칸으로 날아가 있다.

    칸 일정이 끝난 뒤 유럽 지역의 에너지, 화학 분야의 사업 파트너를 만나 협의하고 다음주 중반 귀국할 예정이다.

    SK의 업무용 항공기는 올해 북미와 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 호주 등 세계 각국에 20여차례 출장을 나갔다. 기내에서 회의도 곧잘 열린다.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이 올해 초 인도네시아 출장때 이용하는 등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주 이용한다.

    현대차도 2009년 2월 한화가 도입한 것과 같은 기종을 구입했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중국 총괄담당 설영훈 부회장과 함께 전용기편으로 출국해 중국 장쑤성 옌청의 기아차 제3공장 건립 행사에 참석했다. 정 회장은 베이징 현대차 공장도 둘러보고 주말쯤 귀국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중국 쓰촨성 청뚜시에서 쓰촨난쥔기차유한공사와 합자사 설립을 위한 계약 체결차 전용기를 이용했고, 6월과 9월에는 미국 조지아와 앨라배마 공장, 체코, 프랑크푸르트 판매법인을 둘러보려고 전용기를 타고 나갔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0년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용기 시대를 열고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을 포함한 사장단이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일본 도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을 방문해 스마트폰 및 생활가전 판매 동향을 점검했고, 합작사업을 진행중인 코닝 본사도 찾았다.

    상반기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과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 등 세계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이 사장도 해외 출장에 전용기를 애용한다.

    이 사장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전용기를 타고갔다.
    삼성은 캐나다 봄바르디사의 글로벌익스프레스(13인승)와 보잉비즈니스제트(15인승) 등 2대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