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1월 내 '기금화 방안' 결론에 "졸속" 비판 봇물"국내주식 투자 촉진" 명시, 개인자금의 '도구화' 우려與 "공공 영역서 사회적 가치 실현" … 사유재산 침해 논란국민연금 불신, 퇴직연금으로 … "개인에게 선택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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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구윤철 부총리와 자료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퇴직연금을 공적 기금 형태로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이달 내 확정 짓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수익률 제고라는 당국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사유재산인 퇴직금이 정부의 정책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달 만에 결론", 이례적 속도전에 '졸속 추진' 우려1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7일 '2026년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회'를 열고 퇴직연금 제도 개선안을 논의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실무·고위 당정협의를 1월 중 실시해 결론을 발표하겠다"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예고했다.통상적인 연금 체계 개편이 장기간의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과 달리, 불과 한 달 내에 최종안을 도출하겠다는 일정은 이례적이다.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의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해 '오천피'의 뗄감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된다. 실제로 당정은 이날 경제성장전략의 핵심 과제로 "국내 주식 장기투자 촉진 등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명시했다.◇ "내 돈이 코스피 '뗄감'인가"직장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퇴직연금이 '증시 부양의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예치되어 있다. 정부가 공단을 설립해 기금을 통합 운용하게 되면, 이 자금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국내 증시로 대거 유입될 수 있는 구조가 열린다.증권가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하면 액수가 커지면서 현금화를 해야 한다"며 "이때 받아줄 자금이 없으면 증시가 폭락하게 되는데, 퇴직연금으로 물량을 소화하겠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어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기업에 대한 지분이 줄어들고, 정부의 기업 통제권이 줄어든다"며 "퇴직연금으로 지금 쥐고 있는 목줄을 풀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내 퇴직연금을 왜 '사회적 가치'에" … 사유재산권 침해기금화의 목적성을 둘러싼 불신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퇴직연금 기금화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공공 영역에서 운영할 때 사회적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발언이 재조명되면서다.이는 퇴직금을 개인의 노후를 위한 사적 재산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 자금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한 개인 투자자는 "내가 일해서 번 돈을 왜 국가가 가져가 '사회적 가치'에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현 정부 기조라면 국민연금처럼 환율 관리에 쓰거나, 국민연금과 통합하거나, 저소득층이나 프리랜서들에게 확대지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지금처럼 개인이 운용하거나 증권사나 은행을 선택하게 내버려 두면 되는데, 왜 구태여 기금화를 하고 공단을 설립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미 무너진 신뢰 … 관건은 '선택권'전문가들은 퇴직연금 기금화의 성패가 '신뢰 회복'과 '선택권 보장'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등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또 다른 공적 기금(퇴직연금공단)을 만드는 방식은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현재 국민연금은 2071년 고갈이 확정된 상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당초 2064년 고갈 예정이었지만, 최근 코스피 상승에 따른 국민연금의 호실적으로 시점이 7년 연장됐다.특히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되고 있다는 의구심은 직장인들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 스와프 확대 등이 표면적으로는 수급 안정이지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환율 방어용 총알'로 국민 노후 자금을 쓰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퇴직연금마저 기금화될 경우, 수익률보다는 정부의 환율 및 증시 방어 논리에 따라 '제2의 정책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학습된 공포가 깔려 있는 셈이다.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401K처럼 디폴트옵션을 활성화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성은 맞지만, 운용 주체를 국가가 독점하는 방식은 '관치 금융'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기금형을 도입하더라도 가입자가 민간 운용사와 공적 기금 중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확실히 보장해야 조세 저항 성격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