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BM·zHBM 상표권 선점 … 브랜드 전쟁 신호탄HBM4 PRA 통과 후 '굿뉴스' 엔비디아 진입 속도캐파·턴키 앞세운 삼성式 전략 … 주도권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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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의 36GB 12단 HBM3Eⓒ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상표권을 잇따라 등록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설계 개선을 거친 6세대 HBM4가 엔비디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가운데 대규모 생산 능력을 앞세워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HBM 시장의 규격과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12일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HBM과 관련한 'dHBM', 'zHBM' 등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상표는 메모리 저장장치 및 D램 관련 품목으로 분류되며, 앞서 출원한 '스노우볼트', '샤인볼트', '플레임볼트' 등에 이은 추가 상표권 확보로 해석된다.이번 상표권 확보는 삼성전자가 올해 HBM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 HBM인 HBM4에 대해 내부 생산준비승인(PRA)을 마치고 양산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PRA는 삼성 내부에서 품질과 양산 적합성을 최종 승인하는 절차로 통상 양산 직전 단계로 여겨진다. 당초 계획대로 HBM4 내부 승인을 획득하면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삼성전자는 그간 엔비디아 퀄리피케이션 테스트 진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설계를 전면 수정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c 기반 D램의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4나노미터(nm) 로직 공정을 적용한 베이스 다이 성능도 대폭 향상시켰다. HBM4는 D램 공정 기술뿐 아니라 베이스 다이 설계, TSV(실리콘 관통 전극) 정렬 정확도 등 고난도 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제품으로 미세한 설계 차이가 성능을 좌우한다.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HBM4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최근 엔비디아 측으로부터 성능과 관련해 "굿뉴스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퀄 테스트 결과를 세부 항목별로 공개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이 확보될 경우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한 뒤 자연스럽게 공급 계약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PRA를 마치고 양산 준비를 완료한 만큼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급 계약만 남았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시대를 열었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메모리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함께 HBM 공급 확대가 수익성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더욱 늘어나며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와의 협업 강화를 공식화하며 HBM4 공급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엔비디아는 HBM4의 주요 고객이자 유일한 소비자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은 환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플랫폼에 HBM4가 탑재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메모리 공급사들이 엔비디아의 수요에 맞춰 생산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CES 2026 현장에서도 글로벌 HBM 경쟁 구도는 더욱 선명해졌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 16단 48GB 제품 실물을 공개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공개 전시 대신 주요 고객사와의 비공개 미팅에 집중했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 솔루션'을 앞세워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팹리스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이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상표권 확보와 HBM4 양산 준비,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동시에 추진하며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규칙을 다시 쓰는 플레이어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막대한 생산 캐파와 공정·설계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역량을 바탕으로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HBM 시장의 표준과 판도를 재편하려는 '삼성식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로 등록이 완료되기까지는 약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고객사에 납품하기 전 브랜드 보호와 사업 확장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납품 일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