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시 개입 약발 소진에 환율 1470원 터치1인당 가계부채 9721만원, 총부채 1913조원으로 사상 최대고환율이 물가 압박, 부채가 소비 압박 … 펀더멘털 취약 노출금통위는 동결 전망 … 정책 여력 소진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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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시작과 함께 환율과 가계부채가 동시에 경고음을 울리며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 개입 효과가 사라지자 다시 1470원대를 터치했고, 가계대출 1인당 평균 잔액은 처음으로 9700만원을 넘었다. 물가·환율·부채가 압력을 높이는 가운데, 오는 15일 열리는 금통위는 사실상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을 터치하며 전 거래일 대비 10.8원 오른 1468.4원에 마감했다. 연말 외환당국 개입으로 환율이 단숨에 1440원대로 떨어졌으나, 새해 들어 외국인의 달러 매수와 증시 자금 이탈이 겹치며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조짐과 지정학 리스크 확대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움직임을 단순한 기술적 반등으로만 보지 않는다. 외환 딜러들은 연말 왜곡이 풀리면서 펀더멘털이 반영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고,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달러 약세 논리가 꺾인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인하를 신중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달러당 1500원 공포'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이은 이란 사태가 이어지고, 중국과 일본의 충돌 등 하나같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들이 즐비하다. 

    정부가 환시 개입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미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 개입에 나서다가 보유 외환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 시장의 불안은 급속도로 심해지고,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이탈도 빨라질 수 있다. 

    환율과 한 묶음으로 연결된 것이 바로 기준 금리이고, 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가계부채다. 가계 부채는 지금 기준 금리는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가게 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기준 대출자들의 대규모 부실이 우려되고 금리를 내리자니 집값을 부추겨 가계 대출을 늘리는 독약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쓰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인당 평균 가계대출 잔액은 9721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은행 대출 기준 40대 부채는 1억 1000만원을 넘어서며 연령대 기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1913조원으로 사상 처음 1900조원을 넘어선 뒤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총규모가 커진 만큼 부채의 성격도 문제다.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로 흘러간 가운데, 소비 둔화와 자영업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가계부채→내수침체' 고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처분소득 증가 속도가 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레버리지 디커플링'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책 부담은 한국은행에 집중되고 있다. 금통위는 물가 안정을 기준으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환율·고부채 구조에서는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 외환시장 불안과 레버리지 확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할 경우 가계 이자 부담과 소비 부진이 지속될 수 있어 정책 선택지가 좁아진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환율이 한때 1400원대 후반까지 올라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라며 "환율 상승이 물가와 내수 부문에 불리하게 작용해 경기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시장은 새해 첫 지표가 보여준 것은 경기 흐름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체력 체크 결과'라고 진단한다. 정부의 단기 개입·규제 중심 대응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외환·부채·금리·소비 간 균형을 어떻게 재조정할지가 정책 당국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한은이 원하는 건 물가 안정인데, 환율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부채는 소비를 압박하는 구조여서 통화정책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며 "정책 여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경제 체력이 드러난 셈"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