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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에서 점심으로 제격인 음식이 있다. 주문한 지 채 5분이 되지 않아 나오는 칼국수다. 바쁜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햄버거 못지않은 패스트푸드다. 서문시장은 길거리 어느 골목을 들어서나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 그 중에서도 국수는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먹을거리다.
국수가격은 평균 3,500원. 콩국수는 5,000원이다. 서문시장은 유동인구가 워낙 많기도 하지만 오로지 국수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마니아들이 형성될 정도로 서문시장의 국수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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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는 걸까. 3년 전부터 서문시장에서 칼국수와 수제비를 함께 섞은 ‘칼제비’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칼제비가 정식 메뉴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주문량이 많은 서문시장 국수집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서남빌딩 뒤편 칼국수 명물골목에선 20, 30년 된 국수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중 28년간 식당골목을 지키고 있는 선아식당 사장 황분희(58)씨는 “시원한 칼국수는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강조했다.
밀가루에 콩가루`계란 등 몇 가지 재료를 추가해 반죽한다. 3시간 이상 숙성과정을 거쳐 반죽을 밀어내 칼국수를 만든다. 황씨는 “자리가 좁아 배달이 반, 식당 손님이 반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메뉴 주문 방식이 독특하다. 주문을 하면 물어보신다 “건진 거? 뜨신 거? 건져서 뜨시게?”라고 묻는다. 식성대로 주문하면 된다.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시원한 칼국수보다 따뜻한 칼국수가 더 어울릴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우려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진한 국물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얼큰하다. 출출한 점심 서남시장 식당골목에서 점심에 얼큰한 아니면 시원한 칼국수를 권한다.
양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분들은 국물에다 더운 기가 약간 가신 밥을 말아서 먹으면 이 또한 맛이 그만이다. 하지만 사장님의 인심이 후하여 국수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를 것이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수와 주인 아주머니의 정겨운 한마디면 움츠렸던 몸이 확 펴지고 거기에 구수한 웃음까지 얻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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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맛있게 먹었으니 저녁은 술안주에 딱인 대구의 명물 돼지갈비찜이 어떨까? 국수집이 많은 식당골목에서 남양식당은 특이하게 돼지갈비로 찜을 만드는 식당이다.
보통 돼지갈비는 간장양념에 재웠다가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집에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찜을 해준다.
생강과 한방재료를 넣은 간장양념에 며칠간 재워둔 돼지갈비를 노란 양은냄비에 넣고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딸딸딸' 익혀낸다.
보기만 해도 정겨운 양은냄비에 벌겋게 가득 담긴 돼지갈비찜이 테이블 위에 놓여지면 참 먹음직해 보인다. 고기와 양념을 밥 위에 놓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매콤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소주를 한 잔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돼지갈비찜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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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으로도 싸먹고, 밥에 비벼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진다. 밥은 다 먹었지만 양은냄비에는 여전히 맛깔 나는 양념과 고기들이 남아있다. 이때는 공기밥을 과감히 추가하고 콩나물, 시금치, 버섯 등을 함께 넣은뒤 주인아주머니께 볶아 달라고 하면 참기름과 김을 '솔솔' 뿌려서 볶아 준다.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손님이 밥을 시키니 아주머니는 "마이 물래요? 보통 물래요?"라고 물으신다. 당연히 손님은 "많이요!"라고 대답하니 아주머니는 큼지막한 냉면그릇에다 밥을 퍼주신다. 밥뿐만 아니라 기본 반찬도 풍성하게 챙겨 주신다.
선아식당과 남양식당은 깔끔한 인테리어도, 전문적인 서빙도 없다. 하지만 쌀쌀해지는 요즘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이기에 충분한 얼큰하고 매콤한 음식들과 훈훈한 정이 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점심엔 얼큰한 칼국수, 퇴근길엔 매콤한 돼지갈비찜에 소주 한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