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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배우분들, 촬영 들어갑니다! 큐!
부천 역곡북부시장 한 가운데서는 CF 촬영이 한창이다. 감독의 ‘큐’ 사인에 연기에 몰입한 배우부터 스텝들까지 영화 현장을 방불케 했다. “전통시장에서 무슨 촬영?”이라는 의문을 품고 손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카메라에 붙은 ‘YG필름’이라는 문구를 보고 금새 알아차린다. 역곡북부시장 상인CF단인 YG필름은 이미 알만한 손님들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YG필름은 상인들이 직접 시장을 알리는 광고를 만드는 동아리다. PD와 감독, 촬영, 편집, 배우까지 100% 상인들 참여로 이뤄진다.
이날 촬영은 ‘공용쿠폰’을 홍보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공용쿠폰은 물건을 사면 가게에서 금액만큼을 쿠폰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손님들은 이 쿠폰을 30장 모으면 5천원 짜리 온누리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쿠폰이 지난 9월에 생겨 조금 더 활성화 시키자는 취지에서 광고 영상을 찍게 된 것이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촬영 현장을 지켜보던 서영심(30) PD는 배우들에게 실감나는 연기를 주문했다.
그 역시 시장 내에 있는 순대국집 ‘종가’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그는 “그 동안은 장사하기에만 바빠서 제 자신을 잊고 살았어요. 요즘은 촬영을 하면서 제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아 기뻐요”라며 벅차는 감정을 전했다.
서 사장뿐만 아니라 YG필름 단원들은 “촬영 날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밤에 문을 닫는 일상적인 생활에 지쳐있던 상인들에게 새로운 직업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인들이 처음부터 CF 촬영에 능숙했던 것은 아니다.
부천시의 지원으로 CF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기술까지 전수받았기에 가능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전문교육을 받았고 실습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상인들이 완성한 CF만 해도 4편에 달한다. 상인들이 만든 영상은 역곡북부시장 양 끝과 가운데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다.
돈까스 가게 사장님인 나영태 감독은 “전광판에 제가 나오면 우리 딸은 ‘아빠가 TV에 나온다’며 자랑스러워 해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하죠”라고 말했다.
특히 영상을 보면서 다음 작품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나 감독은 “화면에 잘 받을 만한 장소를 연구하게 되요. 어떻게 하면 작품성 있고 홍보가 잘 되는 영상을 만들지 단원들과 의논하기도 하죠”라고 전했다.
옆에서 묵묵히 카메라를 찍고 있던 게박사 김두환 사장도 “촬영 감독을 맡으면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서 보람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YG필름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본다”는 그의 말에서 단원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이렇듯 YG필름 단원들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해가고 있었다. 특히 시장을 살리는데 동참하겠다는 상인들의 의지가 모여 YG필름의 작품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