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강등시, 유럽재정안정기금 근간 흔들릴 수도
  • 국가 신용등급 강등 공포가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산 조짐을 보이자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집중됐던 신용등급 강등 파장이 동유럽에 이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국가로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은 여전히 유럽 국가에 맞춰져 있다.

    유로존 내 초우량국인 프랑스의 등급 강등이 현실화하면 시장 충격은 예상 수준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전 세계 국가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흐름이 유로존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전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일본이 과도한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S&P는 지난 4월 일본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리고 나서 7개월간 유지해왔다.

    유로존 위기와 무관해 보이는 아프리카 국가도 신용등급 강등 흐름에서 비켜가지 못했다.

    25일 S&P는 이집트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한 단계 낮췄다. 군부와 시민 간 충돌에 따른 정치적 이슈가 경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유로존 소속이 아닌 헝가리의 국가 신용등급도 투기 등급으로 떨어졌다.

    무디스는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헝가리의 등급 강등으로 동유럽 국가로의 확산 가능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추락했다.



    ◇ 프랑스 등급 강등되면 총체적 위기 올 수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전 세계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압력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들은 유로존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 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33.1%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이탈리아(121.06%)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프랑스는 90%가 채 안 된다.

    이 때문에 추가 등급 강등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무디스는 지난 8월 일본의 등급을 'Aa2'에서 'Aa3'로 강등했다. S&P도 조만간 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지만,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대지진에 따른 복구 수요 등으로 재정지출 확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의 등급 강등은 올해 들어 수시로 제기된 만큼 이미 발생한 문제로 볼 수 있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현재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국가는 프랑스다.

    유로존 국가 중 신용등급 강등이 안 된 곳은 최상위 등급인 트리플A(AAA) 보유국인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으로 몇개 남지 않았다.

    이들 국가 대부분이 안전하다는 평가지만, 프랑스는 이미 위험수준에 도달했다. 정부부채 비율과 국채 금리는 이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정적자와 부채, 이자지급을 차감한 적자도 최대 규모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3.7% 수준으로 독일과 네덜란드와 비교해 각각 150bp(bp=0.01%), 100bp 이상 높다.

    이처럼 프랑스의 등급 강등이 어느 정도 예고가 되기는 했지만, 그 파장을 고려할 때 다른 국가의 강등 때와 달리 시장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로 시스템의 근간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EFSF 발행 채권은 트리플A로 등급이 매겨지는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우량 국가들이 공동 보증을 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프랑스가 무너지면 EFSF의 존재 근거가 약해지고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의 구제금융 지원이 힘들어져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프랑스가 EFSF 보증 자격을 잃게 되면 구제금융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에 차질이 빚어진다. 프랑스의 신용등급 평가는 유로존 체제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다"라고 설명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유로존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 정도다. 프랑스가 흔들리면 유럽 위기 해결이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