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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하늘과 맞닿은 정원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며 조금 엉뚱하다. 북적거리는 시장에 한가로운 정원이라고 하면 어딘가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 남부시장에는 특별한 정원이 있다. 바로 시장 옥상에 만들어진 ‘하늘정원’이다. 손님들과 상인들에게 문화쉼터가 되어주는 이곳. 하늘공원의 숨은 매력을 찾아 전주로 떠나보자.
하늘공원은 말 그대로 하늘이 보이는 공원이다. 지붕이 없기에 고개만 들면 뻥 뚫린 하늘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시장건물 옥상을 활용한 쉼터이기에 가능하다. “젊은 층을 시장을 끌어들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우선 하늘공원을 찾아가다보면 팻말이 보인다. 쭉 따라가면 독특한 벽화들이 눈에 띈다. 강아지 모양부터 채소와 야채 등을 그려 넣은 그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전주 문화예술인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꾸민 공간이다.
굽이굽이 계단을 지나 도착하면 하늘정원에 다다른다. 하늘과 구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탁 트인 곳이다. 여기에도 특이한 벽화와 작품들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미술 전시회를 방불케 할 정도다.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스트리트 아트도 벽 한쪽을 차지한다. 몇 달에 한 번씩은 전시품을 바꾸기 때문에 볼거리가 상당하다.
이날 하늘정원을 찾은 손님들 중에는 젊은 커플들이 많았다. 벽화를 구경하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다정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커플은 하늘공원 곳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최철민(23) 씨는 “남부시장에 가면 사진 찍을 거리가 많다고 해서 여자 친구와 왔다”고 말했다. “제가 사진 찍는 걸 워낙 좋아해요. 여기는 하늘 사진부터 풍경사진을 찍기에 최고의 장소인 것 같아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특히 그는 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바쁜 시장의 모습이 이색적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주변 경치도 한 몫 한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동산과 물이 흐르고 있는 전주천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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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볼거리’에 취해있었다면 이번에는 문화에 취할 차례다.
하늘 공원은 갖가지 문화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선 정기적인 행사로는 국수음악회가 있다. 금년 들어 4회째를 맞은 이 음악회는 말 그대로 국수를 나눠먹으며 음악을 즐기는 행사다. 판소리부터 국악, 색소폰 연주 등 국내외 음악이 총집합한다. 젊은이들과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들로 선곡한 탓이다.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기다 보면 관람객들은 출출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시장 측에서는 공연이 끝나면 푸짐하고 뜨끈한 잔치국수를 대접한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잔칫날에 국수를 나눠먹어 왔는데 남부시장에서는 이 풍속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시장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대변하기도 한다. 남부시장은 1473년부터 지금까지 계승된 한국의 유일무이한 역사적 전통시장이다.
전주 남부시장 번영회 황상택 상무는 “하늘공원 축제는 지역 주민들과 시장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예술 공연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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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덕분에 시장을 놀러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특히 젊은 층들의 시장유입이 가장 큰 변화다. 황 상무는 “시장이 고령화되면서 시장상인들은 물론 고객들도 고령화 됐다. 하늘 정원이 생기면서 젊은 층들이 시장을 많이 찾는다”고 자랑을 한껏 늘어놓았다.
“우리 시장은 오랜 세월만큼이나 지역주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돈독한 관계가 되고 있다”며 뿌듯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상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공방도 마련돼 있다. ‘할머니 공방’이라는 3~4평짜리 아담한 공간이다. 이곳은 상인들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작업실이라고 볼 수 있다.
바느질 솜씨가 좋은 할머니들이 모여 오래되거나 버려진 물건으로 리폼을 하고 전통디자인 수공예품을 만드는 곳이다. 한마디로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할머니들의 놀이터이자 사랑방인 셈이다. 손님들은 할머니들이 만든 작품을 구매할 수 있고, 리폼을 의뢰할 수도 있다.
남부시장은 일상 속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휴식이 필요하거나 재미있는 볼거리를 원한다면 전주 남부시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글= 박모금 기자 / 사진=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