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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말 정부는 과자 시장 개방을 추진했다. 당시 40%가 넘게 붙어있는 수입 과자의 관세를 8%까지 대폭 내리겠다는 발상이었다. 과자업계에선 "다 죽는다"며 곡소리를 냈다. 그러나 80년 1500만달러에 불과하던 과자류 수출은 2009년 2억5000만달러로 늘었다.
# 칠레와의 FTA가 발효된 2004년 당시 우리나라의 포도농가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칠레산 포도에 대한 계절관세가 10년간에 걸쳐 철폐되면 포도농가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국내 포도재배 면적은 2003년 1641헥타르에서 2010년 2242헥타르로 오히려 넓어졌다. 국내 포도농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까지 겹쳐지면서 포도농가의 소득은 오히려 높아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소상공인 내지 영세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 자본이 대거 밀려들어 온다는 것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미국 업체까지 가세할 경우 견뎌내기 힘들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한·미FTA와 유통업 개방은 별 관계가 없다. 국내 유통업은 1996년 이후 전면 개방됐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아니라도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가 발효돼도 유통업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6년 1월에 외국계 기업의 점포수 및 매장면적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철폐했다. 2003년에는 백화점과 쇼핑센터를 추가로 개방했다. 즉 미국의 대형자본이 미용업이나 세탁업 등 영세 골목상권에 대규모로 침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한·미FTA가 발효되면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주던 유통법과 상생법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한·미FTA는 국내법과 협상 내용이 상충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사업 진출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한·미FTA는 분명 유통·상생법은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동으로 해당 규정이 효력을 잃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국내법 규정을 바꾸려면 미국 측이 문제를 제기해 우리 측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때 우리 측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할 수 있다. 양측이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 법정에서 시비를 가려 국내법 개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미FTA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정부에 피해보전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가 그것이다. 한·미FTA 발효 후 미국산 제품의 수입이 증가해 매출액이나 생산량이 20퍼센트 이상 감소할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하면 피해를 돌려받을 수 있다. 시설자금이나 운전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고 경영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체가 지원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