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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한가운데서 ‘뿌~’하는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보던 손님들은 일제히 모여들었다. 중년의 남성 5명이 무대 위에서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를 색소폰으로 멋드러지게 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봉화장 상인들로 구성된 밴드다. 검은색 단체티를 맞춰 입은 색소폰 5총사. 입에 힘껏 바람을 넣어 연주하는 폼이 프로 못 지 않다.
“차차차~잊자 잊자 오늘만은 미련을 버리자~” 관객들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무대는 조촐하지만 관객석은 500여명이 넘는 인파로 꽉 들어찼다. 봉화장이 열리는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문화공연은 올 8월부터 본격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봉화장 문화학교의 성과를 뽐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문화학교 담당자인 최교열(45) 사무국장은 “문화학교에는 색소폰과 기타, 미술, 목공예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색소폰과 기타반은 매주 새로운 곡을 연습해서 관객들 앞에 서게 된다.
“상인들이 모여서 함께 연주하고, 각자 점포에서 틈날 때마다 연습한 실력”이라고 최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봉화장 손님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기에 거의 트로트 위주로 연습을 한다. “무대에서 설운도나 송대관 노래가 색소폰으로 흘러나오면 어르신들이 재미있어 하신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관람객들도 많아졌다. 처음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에 공연을 둘러보고 했지만 지금은 기본으로 500명이 객석을 채울 정도다. 주말에는 1000명가량이 왔다 간다.
섹소폰 연주자들은 시장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배우고 싶어 하는 상인들이 줄을 섰다고. “다른 사람들이 멋지게 공연하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신청한 사람들이 많아요. 색소폰반 회원 수를 늘려야할 정도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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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이나 미술 동아리 같은 경우는 인근 지역에 있는 작가들이 와서 강의를 해준다. 처음에 목공 칼을 다루는 것부터 연습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나무토막으로 동물모양을 만들어낼 정도로 눈에 띄게 발전했다.
미술 동아리 상인들 역시 수채화로 쓱쓱 그림을 낼 정도로 수준급이다. “상인들이 스스로 연습을 한 결과”라고 최 사무국장은 칭찬을 늘어놓았다.
봉화마을 문화학교는 내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상인들이 스스로 연습하고 완벽하게 자생할 준비가 되기까지 꾸준한 지원이 있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