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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어본 적이 있는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나 요새 젊은이들에게도 춘천은 젊은 날의 낭만을 대변하는 곳이다. MT다 추억여행이다 해서 수많은 이들이 찾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추억을 품고 있는 춘천. 그 안에는 ‘낭만시장’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낭만을 품은 시장의 매력을 찾아 춘천 가는 기차에 올라보자.
춘천 낭만시장은 춘천의 중심인 명동 끝자락에 위치한다. ‘겨울연가’ 덕에 명동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나 닭갈비를 먹으러 온 손님들까지 낭만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는 지리적인 장점이 있다.
낭만시장의 고유 명칭은 중앙시장이다. 지난해 시작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덕분에 평범한 중앙시장이 문화의 옷을 입고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최근에는 춘천 낭만시장이라는 이름이 더욱 유명해졌다. 낭만시장에서 파는 물건이야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지만 시장 곳곳에 숨은 매력은 여타 시장들과 비교를 거부한다. 총 210개의 점포들이 시장에 있는 미술 작품들과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2층에 있는 낭만살롱을 찾아갔다. 여기는 시장의 전체적인 그림지도와 함께 각종 전시,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곳이다. 시장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중심지로 볼 수 있다. 상인들이나 손님들이 이곳에 들러 시장의 문화행사를 확인하고 시장을 둘러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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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코스는 ‘골목 갤러리’다. 작은 간판을 따라 가다보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공간이 나온다. 신기한 작품들을 따라 골목 안으로 몸을 옮기면 된다. 천장에는 당근이나 화분 모양으로 빚어놓은 작품들이 매달려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두둥실 떠다니기도 한다.
동화 속 나라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자세히 보면 설치미술이다. 벽화와 작품들에는 각각의 QR코드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 코드를 갖다 대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쭉 나온다. 젊은이들은 설명을 보면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이날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최민이(22)씨는 “작품을 구경하러 시장에 들렀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최 씨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시장과 어우러져 더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난 뒤 QR코드로 작품 설명을 보면 어느 유명한 박물관보다도 작품을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낭만시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최 씨와 같이 ‘낭만’을 느끼러 오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젊은 작가들이나 미술에 관심 있는 대학생. 그리고 애인의 손을 잡고 구경 온 커플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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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낭만시장 문화이벤트 기획자인 김도희씨는 “원래 이곳이 어두운 골목이었다”고 말했다. 좁고 어두우니 상인들조차 지나다니기 꺼려했다고. 하지만 골목이 아기자기한 작품들과 만나면서 낭만이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죽은 골목이 이제는 꼭 들려야 하는 갤러리로 변신한 것이다.
수십 년간 장사를 해오던 상인들도 “삭막했던 골목이 이제는 박물관이 됐다”며 칭찬일색이다.
두 번째 볼거리는 문화이벤트다. 낭만시장은 지난해부터 연중 야시장 밴드공연, 마임 페스티벌 등이 끊이지 않는 ‘낭만시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마술 공연과 배꼽 잡는 마임공연은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늘어나자 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김도희 기획자는 “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장을 즐기는 새로운 재미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 고객과 춘천을 찾아오는 내외국인 관광객을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오후가 되면 시장에는 낭만지휘자도 뜬다. 시장 중앙통로 간이 노점상 위에 말끔한 연미복차림의 이국적인 머리모양을 한 남성이 나타난다. 그가 바로 낭만지휘자다. 10분간 강렬한 음악과 노래로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을 기획한 (사)문화프로덕션 황운기 대표는 “낭만지휘자를 통해 시장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쌀쌀해진 겨울. 춘천 낭만시장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문화 행사를 즐기면서 ‘낭만’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취재= 박모금 기자 / 사진=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