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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요? 저희 시장은 노점상에서도 받아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 정재원 상인회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온누리상품권 얘기부터 꺼냈다. 서울의 대표적인 먹거리장터인 광장시장을 살리는데 온누리상품권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자부심에서다.
점포와 노점상까지 합해 총 상인 수는 천여명을 웃돌지만 온누리 상품권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현금으로 바꿔야하는 불편 때문에 다른 시장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을 외면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광장시장에는 상품권을 언짢아하는 상인이 없다.
온누리 상품권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정재원 상인회장의 공이 컸다.
“상인들은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거든요. 그런데 상품권을 받으면 새마을금고에 가서 한참을 기다려야 돈으로 바꿀 수 있으니... 당연히 받기 꺼려할 수밖에 없죠.”
지난 2009년 취임한 정 회장은 회장 직함을 달자마자 온누리 상품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개 번영회 상인회장들을 불러 모았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권이 정작 현장에서는 찬밥대접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풀어보기 위해서다.
회의는 “상인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면 되지 않겠냐”는 전제로 시작됐다. 해결방법은 명쾌했다. 직접 상품권을 수거하고 바로 현금으로 바꿔주자는 것이었다.
정 회장은 새마을금고 측에 “직접 상품권을 수거해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의 입장은 달랐다. 창구에서 상품권 입금을 확인해야 돈을 내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제안을 수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정 회장은 상인회에서 목돈을 모아 새마을금고에 넣어두는 특단의 방법을 택했다. “저희 상인회에서 일정 금액을 먼저 입금시켰어요. 그 돈으로 먼저 상인들에게 현금화를 해주고, 나중에 상품권을 정산하는 방법을 요청했죠. 하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새마을 금고도 ‘즉시 현금화’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 지난해부터 새마을 금고 직원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광장시장을 돌며 상품권을 회수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바로 현금으로 바꿔줬다.
“상인회 덕분에 장사하기 편해졌다”는 칭찬을 들을 때 정 회장은 가장 뿌듯하다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정 회장은 이제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는 “점포수가 국내서 제일 많지만 공영주차장은 하나도 없다”며 주차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털어놨다.
현재 광장시장은 공영 주차장이 없다. 다른 시장에서는 주변 도로에 잠시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장시장을 둘러싼 주변 갓길은 종로구에서 관리하는 유료주차장이다. 시장 한쪽 도로는 무료 주차로 이용할 수 있지만 고작 16대를 수용할 정도다.
주변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시장을 들리고 싶어도 이렇다 할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도 그냥 지나치는 게 여러차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유적지에 둘러쌓인 이렇게 큰 시장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렇다. 광장시장 주변엔 경복궁, 창덕궁과 같은 문화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더군다나 10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제1의 상설시장이다. 관광 상품으로써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서울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광장시장이 꼭 들려야할 코스 중 하나다. 광장시장하면 떠오르는 ‘마약김밥’(정식명칭은 꼬마김밥)도 일본인들이 지어준 애칭이다. “일본에 돌아가서도 자꾸 생각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관심은 높지만 주차공간이 없다는 것은 관광지로 개발하는데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정 회장도 이런 점에서 “시장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요소는 주차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로구나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본이나 해외 성공시장을 보면, 해당 시에서 도움을 줘서 관광 상품으로 연계한 경우가 많아요. 저희 시장도 종로의 문화유적지와 연계하기 위해 종로구가 주차문제부터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겠어요.”
정 회장은 종로구가 관리하는 시장 주변 도로를 시장 손님들에게는 무료화하거나 인근에 공영주차장을 짓는 방법을 종로구나 서울시에 제안할 계획이다.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시장 인근 도로에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 시장도 도로를 손님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근에 시장 공영주차장으로도 괜찮은 부지들이 있거든요? 지자체에서 도와주면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봅니다.”
광장시장은 방송과 입소문을 타면서 대한민국의 대표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1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는 고객선 지키기와 원산지 표시분야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고객선 지키기 역시 상인회에서 고객의 동선을 지키기 위해 일정 선부터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원산지 표기도 정확해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에서도 상인회에 직접 자체적인 관리를 맡겼을 정도다.
상인회의 노력만큼 광장시장은 바뀌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정재명 회장과 각 번영회 회장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셈이다. 이들은 “종로구의 대표 관광지, 대한민국 1등 시장”을 위해 계속해서 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