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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중앙시장에서는 독특한 면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아온 중앙시장 터줏대감 막국수와 여기에 도전장을 던지 이탈리아 파스타 집이다.
파스타와 막국수? 둘의 관계가 세기의 면발 대결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중앙시장 안에서는 서로가 상생하는 동지들이다.
우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막국수집 원앙식당을 찾았다. 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만들어내는 신정욱(71) 사장은 “우리 집이 춘천 원조”라고 소개했다. 30년 넘는 역사만 봐도 그 명성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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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장이 한 그릇 말아온 막국수는 그야말로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향긋한 참기름 냄새와 함께 김, 참깨, 당근, 상추가 듬뿍 얹어진 구수한 막국수다. 빨간 양념을 골고루 쓱쓱 문지른 뒤 먹으면 된다. 기호에 따라 식초와 겨자, 설탕 등을 넣을 수도 있다.
시원하게 한입 후르륵 먹으면 진한 메밀 맛이 밴 면발을 맛볼 수 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막국수는 메밀국수 면발을 찬 김칫국물에 말아먹는 강원도 지방의 전통요리다. 메밀 특유의 툭툭 끊기는 식감이 막국수의 매력을 더해준다.
향토음식을 맛봤다면 이제 중앙시장의 신메뉴 파스타를 만나볼 차례다. 시장에 파스타집이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010년 문화관광형 사업의 일환으로 파스타집 ‘궁금한 이층집’이 시장 안에 입주했다. “젊은 층을 유입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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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층집 안호영(36) 사장은 홍대에서 바(Bar)를 운영하던 베테랑 요리사다.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이층집으로 들어섰다. 토마토소스가 보글보글 끊는 소리와 시큼 고소한 향기가 진동한다. 메뉴는 까르보나라와 해산물크림, 토마토소스, 알리올리오로 딱 4가지다.
안 사장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까르보나라를 꼽았다. “느끼함 없이 담백하고, 부드러운 크림 맛이 그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면발을 포크에 말아서 한입 넣으면 부드러운 크림 맛이 입에 감돌면서 추위마저 사르르 녹아버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