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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떠올리면 함께 연상되는 음식들이 있다. 전주비빔밥과 같이 춘천하면 닭갈비, 막국수가 자연히 붙어 나온다. 이들 음식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춘천 중앙시장을 만나게 된다. 1965년부터 형성된 중앙시장은 춘천 향토음식의 출발지라고 볼 수 있다.
춘천의 맛을 따라 낭만시장으로 가봤다. 여기서 닭갈비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매콤한 향에 이끌려 걷다보면 닭갈비 골목에 들어서게 된다. ‘닭갈비 맛이 얼마나 차이가 있겠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겉보기에는 커다란 불판위에 양념이 밴 닭과 야채를 듬뿍 얹어주니 비슷해 보인다. 불판에 지글지글 익은 닭갈비를 한입 먹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괜히 춘천 닭갈비가 아니네~”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유는 양념에 있다. 오랜 전통만큼이나 양념에 대한 노하우가 남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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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장에서도 맛으로 몇 손가락에 꼽히는 오뚜기 닭갈비집 신현정(54) 사장은 “닭에 양념을 잘 재워두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닭갈비집과의 차이점을 묻자 신 사장은 “2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익힌 방법”이라며 비교를 거부했다.
재료는 닭과 고구마, 양배추, 깻잎, 떡, 양파 등이 들어간다. 오뚜기집은 거의 닭이 익었을 때 부추를 넣어준다. 송송 썰어 넣은 부추와 닭갈비를 함께 먹으면 맛도 좋고 건강도 좋다고 사장님은 입이 마르게 설명했다.
닭갈비의 역사는 1960년대 허름한 선술집에서부터 시작됐다.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숯불에 구워먹는 안주대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여기에 춘천지역이 양축업이 발달돼 도계장이 많았던 것도 그 한 요인 중 하나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신이내린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닭갈비가 점점 알려지면서 춘천은 닭갈비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원조 닭갈비를 맛보고자 춘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생겨나자 시내 중심가인 명동에 닭갈비 골목이 생겨났을 정도다. 특히 명동에 자리 잡은 중앙시장에는 처음으로 닭고기를 취급하는 점포도 생겨나 닭갈비 발전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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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의 긴 역사에 견줄만한 음식이 있다. 춘천의 또 다른 별미인 메밀전병(일명 총대)이다. 마치 총대처럼 길쭉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총떡은 반죽한 메밀가루를 부친다음 속을 넣고 지진 강원도 지방의 전통음식이다.
김치만두를 연상하면 된다. 피는 메밀이고 속은 돼지고지나 김치양념, 콩나물 당면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죽림빈대떡 박금숙(69) 사장은 “메밀을 직접 맷돌에 갈아서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통 방식 그대로 피를 만든다. 여기에 매콤하게 속을 넣어 둘둘 말아 튀겨냈다. 만두처럼 기름에 살짝 튀겨냈지만 느끼한 맛은 온대간대 없다.
매콤한 맛 때문에 술안주로는 제격이다. 춘천의 별미인 막국수와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가격은 하나에 1,000원. 저렴하고 맛도 좋으니 인기일 수밖에 없다.
총떡의 주원료인 메밀은 옛날 봄과 초여름에 가물어서 모를 못 내거나 곡식이 타 죽으면 심었다. 짧은 기간에도 생육하여 식량위기를 도왔다고 한다. 쌀이나 밀가루보다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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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에는 대표 서민음식 중 하나인 순대국도 있다. 시장 인심을 담아 푸짐한 순대국인 시장을 찾는 이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해준다. 금선식당 김순자(55) 사장네 순대국밥은 더욱 특별하다.
김 사장은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든다”고 소개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기에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식당 역사도 50년이 훌쩍 넘었을 정도다.
“국내산 돼지를 직접 잡아와 직접 고아내니 국물 맛이 일품”이라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요즘은 순대국 국물을 공장에서 가져오는 곳도 많지만 이 집은 뼈를 넣고 옛날식으로 고아내서 사용한다. 국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그 차이를 느끼게 된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에 감탄을 자아내는 이도 있다.
국밥에는 시장의 정도 가득 담겼다. 머릿고기와 돼지 부속물들이 실하게 들어가 있다. “고기가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온다”며 배부른 투정을 부리는 손님들도 있다. 성인 남성이 먹기에도 많은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