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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내에선 치열한 주전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1일 태국 방콕에서 막을 내린 킹스컵에서 불이 붙었다. 이 대회에서 올림픽 대표팀은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 덴마크와 홈팀 태국을 제치고 2승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홍명보 올림픽 대표 감독은 "대회 참가 목적이 '실전 감각 회복'에 있다"고 밝혔지만, 주전을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의 의지는 강했다. 모두가 땀 흘린 경기였지만 그 중에서도 희비가 교차했다. 짧은 출전 시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있는가 하면 기회를 살리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 올림픽 축구대표팀 공격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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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동갑내기 공격수 김현성(23, FC서울)과 김동섭(23, 광주FC)은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현성이 지난해 11월 올림픽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가능성을 열었지만,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부터 홍명보 아이들로 활약한 김동섭은 부상을 떨쳐내고 최고의 몸 상태를 자랑했다.
홍명보 감독은 태국전에서 김동섭 카드를 꺼냈다. 김동섭은 지루한 경기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터닝슛으로 균형을 깼다. 하지만 이날 후반 교체 출전한 김현성은 쐐기골을 터뜨렸고 덴마크전 선발 출전에 이어 노르웨이전에선 감각적인 왼발 추가골을 쐈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존재감과 골 결정력 측면에서 김현성이 한 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동섭은 노르웨이전에서 골대를 강타한 중거리슛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두 선수 모두 기량이 뛰어나지만 기복없이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꾸준함이 요구된다.
▶ 올림픽 축구대표팀 수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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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U-20 월드컵 전후로 경쟁 관계를 맺어온 올림픽대표팀 수문장 이범영(23, 부산아이파크)과 김승규(22, 울산현대)의 주전경쟁도 흥미롭다. 김승규가 K리그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복귀해 페널티킥 선방으로 큰 주목을 받고 올림픽팀에 재승선했다. 결과적으론 킹스컵 두 경기에서 무실점한 이범영이 주전 골키퍼로서 입지를 다졌다. 김승규는 태국전에 선발로 나와 골키퍼로서는 굴욕적인 로빙 골을 허용했다. 반면 이범영은 북유럽 덴마크, 노르웨이전에서 연속 출전해 무실점 선방했다.
수 차례 철벽방어를 펼쳐내며 올림픽대표팀 수문장에 이범영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 올림픽 축구대표팀 공격형 미드필드 새로운 별 백성동
조영철(23, 오미야 아르디자), 김민우(22, 사간 도스), 서정진(23, 전북 현대), 김보경(23, 세레소 오사카) 등 올림픽대표팀 붙박이 주전일 것 같았던 공격형 미드필드 지역에서 백성동(21, 주빌로 이와타)이라는 특출난 신예가 등장해 치열한 주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백성동은 빠른 발을 앞세워 형들 틈에서도 전혀 뒤질 게 없는 활약을 펼치며 ‘뉴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A대표를 오가던 서정진, 김보경도 실력을 발휘했다.
▶ 중앙 미드필드 찾기? 윤빛가람 + 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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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하다. 윤빛가람(22,성남 일화)이 주전경쟁에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우영(23, 교토 상가), 한국영(22, 쇼난 벨마레), 박종우(23, 부산 아이파크)가 각자의 장점을 앞세워 홍명보 감독의 테스트를 받았다. 이 중 최상의 컨디션을 뽐낸 한국영은 날카로운 태클 능력과 강한 대인방어 능력을 앞세우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윤빛가람은 전술상으로 공격적인 역할을 맡아 장기인 볼 배급 능력을 모두 뽐내지 못했다. 그러나 전술이 윤빛가람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것을 통해 여전히 그가 올림픽팀의 핵심 미드필더라는 사실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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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은 인터뷰에서 "전지훈련 목표를 100% 달성했다"며 "유럽팀을 상대로 경험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모든 경기를 지지 않고 이겼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감을 획득한 것도 큰 수확이다"고 말했다.
홍명보호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종예선에서 조 1위를 차지해야 한다. 올림픽예선 3경기를 소화한 현재 2승1무로 조 선두에 오른 한국은 2월 23일 열리는 오만과의 원정 5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2월 5일 사우디전에서 승리하고, 오만마저 꺾으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 1위를 확정, 본선 티켓을 거머쥔다. 오만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본선행의 8부 능선을 넘는다. 홍명보 감독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통해 베스트11을 확정하고 사우디, 오만전 등 중동 원정 2연전에 '올인'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