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뒷전…유권자 의식한 빵 싸움"
  •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대기업의 제과·제빵 사업과 관련한 한국내 논란을 전하면서 정치권이 본질은 뒷전이고 유권자를 의식한 `빵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한국:재벌과의 빵 싸움(Korea:bun fight with the chaebol)'이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소규모 제과 제빵 업자들을 끌어들여 대중적 인기를 높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회장의 딸들이 취미로 빵집을 경영하면서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정치권의 비판은 핵심을 놓치고 있으며 대기업에게 제과 제빵 사업에서 철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신문의 따끔한 지적이다.

    본질은 정부가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진정한 사회 안전망 제공이라는 실질적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단순한 케익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기업이 일본이나 독일 식의 소규모 전문 기술 기업의 양성을 막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FT는 "한국에서는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누군가가 사업을 시작하면 재벌이 이를 인수해 그 회사의 직원과 자산을 빼앗아 버린다"면서 "한국은 아직도 기술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러한 숙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기성 정치인들은 재벌을 제과·제빵 사업에서 철수시킴으로써 진척이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한국 유권자들 가운데 이를 납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재벌이 신생 업체의 우수한 인력들을 동물원에 집어넣어 재능을 파괴한다"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말도 아울러 소개했다.

    이어 "안 원장처럼 완전히 정치권 밖에 있던 인물이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을 경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계속 케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안 원장이 그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