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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시장(전라북도 진안군)에 가면 화려한 수가 놓여진 가방을 든 손님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한 땀씩 수를 놓은 것을 보면 핸드메이드가 분명하다.
진안시장 가방만들기 동아리 회원들의 작품이란다. 전문가도 울고 갈 정도로 화려하고 촘촘한 수는 여성들이 마음을 뺏기에 충분해 보였다.
진안시장은 지난해 4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사업 지원을 받아 동아리를 조직했다. 가방 만들기, 한지, 목공예반... 그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끈 동아리가 ‘가방 만들기‘다. 진안시장 62개의 점포 가운데 20명 가까운 상인들이 이 동아리에 참여했다.
문화부 문전성시 사업부가 시장 내에 있는 수선집 ‘무진장수선’ 안에 공방을 따로 마련해 가방동아리 회원들의 사랑방이 됐다.
‘무진장수선’ 정순자(52) 사장은 “우리 가게 한쪽 공간을 공방으로 활용해 장바구니, 휴지꽂이, 방석, 쿠션 등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수선집 사장님부터 그릇가게, 옷가게 등 다양한 업종의 상인들이 참석했어요. 우리가 만든 장바구니가 너무 예뻤나봐요. 작품을 만들다보니 손님들이 팔 수 없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문전성시 사무소 앞에 작품을 걸어서 장바구니 한 개당 1만원에 팔았죠.”라고 말했다.
가방만들기 동아리는 작품 수익을 시장 발전을 위해 사용했다. 정 사장은 “시장 시설을 수리하는데 쓰기도 하고, 상인회에 일부 기부도 했다”고 전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숙(51) 사장도 동아리에 동참했다. “선생님들이 디자인을 제작해주시면, 미싱하는 분들이 본을 떴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꽃모양 등으로 수를 놓았죠.”
상인들은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냈다. 김 사장은 “이불가게, 수선집 상인들이 참여해서 작품을 전문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안시장에서 40년간 이불집을 해온 목화이불집 박순덕(70) 사장은 일주일에 2차례씩 공방을 찾았다. 박 사장은 “나야 뭐 옛날사람이지만, 이불집을 오래해서 바늘질 솜씨는 있다”며 “맨날 이불장사만 하다가 상인들끼리 모여서 가방도 만들고 수도 놓고 하니 재미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장사를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진안시장의 사랑방엔 추운 날씨에도 동아리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