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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와룡시장은 대구의 손맛이 가득담긴 음식 천국이다. 대구를 떠올리면 엄청난 무더위와 더불어 ‘5대 먹거리’가 생각난다. ‘찜갈비’, ‘나물밥’, ‘북어요리’, ‘막창’, ‘닭똥집’이다. 5대 먹거리가 아니라 해도 어느 곳에나 숨은 고수가 있기 마련. 10분만 와룡시장을 걷다보면 이들 숨은 맛집들의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와룡시장은 얼마 전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전기. 소방. 통신시설, 바닥정비 등 시장 현대화 작업을 마쳤다. 쾌적해진 환경속으로 보리밥 국밥, 돼지껍데기, 잔치국수, 전통 묵, 족발, 만두 등 평범한 음식들이 특별하게 들어앉았다.
마주치는 상인들마다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시는데 다른 시장과 확실히 친절의 강도가 다르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집이 가장 먼저 보인다. 만두가 ‘그게 그거지’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손님들이 너무 많다. -
10년간 장사를 해온 명가 손 만두 박하순(55), 박삼순(48) 자매 사장은 “언니는 어머니 같이, 동생은 분위기 메이커로 즐겁게 손님을 맞는다”며 역할 분담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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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어떤 만두보다 재료가 좋고 값도 저렴하다”며 “내가 먹는 것처럼 만두를 만든다. 왕만두도 맛있지만 비빔만두, 튀김만두가 정말 맛있다. 기름 끼를 쏙 빼서 더욱 담백하게 만두를 먹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찐만두 2,500원, 왕만두 3,000원, 비빔만두 3,500원먹자골목을 순서대로 방문해 보았다. 시장을 걸어가다 보면 고기 굽는 연기가 앞을 가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 순간 돼지껍데기를 쫄깃쫄깃 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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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집 임영순(69)사장은 “내가 평상시에 즐겨먹는 음식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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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장은 "껍데기는 잘못하면 비린내가 많이 난다. 껍데기에서는 껍데기의 맛이 나야지, 계피 등 향신료의 맛이 나서는 안 된다.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고생한다. 돼지껍데기도 맛있지만 수구레를 먹어보면 정말 맛있을 거야”라며 또 다른 메뉴를 소개했다.
소주한잔을 드시던 이태준(60. 대구 성서)씨는 “사장님이 정말 냄새 안 나게 돼지껍데기를 만드신다. 어렸을 때부터 껍데기를 좋아해서 일마치고 소주한잔 먹으러 온다”며 소주한잔을 권한다. 돼지껍데기 5,000원, 수구레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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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은 가장 서민적인 메뉴다. 한 그릇으로 모든 영양을 다 섭취할 수 있다. 와룡시장에서 가장 오래 18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부경국밥 최춘자(57) 사장은 “단골들이 많다”며 “이제는 아들이 국밥을 배우고 있어 계속 국밥집을 이을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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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장은 “늘 18년간 같은 맛을 내려 노력했다”며 “돼지 사골만 몇 시간을 우려내서 국물맛이 진하다”고 비결을 밝혔다.
10년째 온다는 이숙자(52. 대구 성서)씨는 “처음에는 돼지국밥을 먹지 못했는데 부경국밥에서 처음 먹고 부경국밥의 팬이 되었다”며 “맛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돼지국밥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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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쑬 때는 녹말에 물 반되를 타서 잘 풀어 가지고, 풀 쑤는 것처럼 주걱으로 잘 저으면서 쑨다. 녹두 녹막을 펄펄 끓는 물에 부어 충분히 끓인 다음에 적당한 그릇에 퍼서 굳힌다. 겨울철에는 메밀묵을 주로 만들고, 도토리묵은 사철 만든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신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묵 집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와룡시장엔 전통을 고수하면서 묵을 30년간 만들어온 부부가 있다. 와룡시장에서만 10년째인 전통 할매묵 김형호(57), 심춘옥(54) 부부사장은 “장사한지 30년, 결혼한지도 30년이 되었다”며 “함께 장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금술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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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은 “다른 사람은 못하니까 할 수 있는 사람이 전통을 지켜야 한다”며 “전통을 지켜나 갈 것이다”고 각오를 전했다.
가게를 찾은 이희정(42)씨는 “묵을 좋아해서 자주 오는데 이곳에서 사장님들을 보면 나도 남편에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부부사장님을 부러워했다. 메밀묵채 3,500원, 녹두죽 3,500원. -
와룡시장에서 8년간 산촌 보리밥을 하는 신계월(63) 사장은 어머니의 넉넉한 인심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신사장은 “나물을 골고루 넣고,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히 섞은 후, 들기름을 뿌려 알맞게 비벼야 제 맛이 난다”며 “된장을 집에서 직접 담아서 쓴다. 된장을 만드는 방법은 비밀이다”며 산촌보리밥의 비법을 전했다.대구로 여행을 온 류효림(26)씨는 “손님은 그릇으로 이야기합니다”며 정말 깨끗하게 비운 그릇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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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시장의 또 하나의 유명 먹거리 집은 족발집이다. 얼마전 ‘인간극장’에도 소개된 평화육남매왕족발집이다. 6남매가 모두가 대구 곳곳에서 족발장사를 한다. 그 중에서 평화육남매왕족발의 시작인 와룡시장 족발집 최용환(54) 사장은 “어머니 대부터 비법이 고스란히 전해 내려왔다”며 6남매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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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장은 “평화육남매왕족발은 양념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직접 6남매의 손으로 하며 천연재료를 써서 최고의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족발 25,000원<글/사진=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