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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어물이라고 해서 다 똑같다는 편견은 버려라. 여기 멸치 하나로 ‘대박집’ 반열에 오른 가게가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골목시장 터줏대감인 대흥건어물. 20년째 한결같은 멸치 맛으로 유명한 집이다.
대흥건어물 안춘석 사장은 “보기에는 다 똑같은 멸치로 보이지만 맛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그는 멸치하나를 꺼내더니 모양과 맛, 향, 원산지까지 따져서 고른다고 설명했다. “눈으로 봤을 때는 은빛이 나고, 머리가 잘 붙어있어야 해요. 똘똘하게 생긴 녀석이 좋은 물건이죠. 맛을 봤을 때는 딱딱하지 않아야하고, 짠맛보다는 은근한 단맛이 나야해요.”
여기에 ‘남해안 멸치’는 필수 사항이다. 국내산 중에서도 남해 멸치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멸치에 대해 술술 풀어낸 안 사장은 자칭 타칭 ‘멸치박사’로 통한다. 건어물 가게를 열기 전에 가락시장에서 멸치 도매업을 했기에 ‘멸치 감별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이틀에 한 번씩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가져온다.
‘가장 좋은 물건을 들여오자’는 것이 안 사장의 장사 철학이기도 하다. 아내인 이정은씨는 “귀찮을 법도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본인이 직접 물건을 고르는 일은 거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좋은 멸치인지 아닌지는 음식을 해보면 바로 티가 나요. 한번 팔려고 아무 물건이나 들여놨다가는 시장에서 오래장사하지 못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흥 건어물은 터줏대감답게 대부분 손님이 단골이다. 인터뷰 도중 계속해서 들어오는 손님들은 저마다 “이걸로 줘~ 오늘은 뭐가 좋아?”라며 친근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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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좋아도 서민들이 많이 찾는 시장에서는 ‘가격’ 또한 중요하다. 대흥건어물은 값도 싸다.
“시장에 있는 다른 건어물 집보다 500원~1,000원 정도 싸요. 마트와 건어물집 평균 가격에 비교하면 약 15% 정도 저렴하죠”라고 안 사장은 말했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되(사각형 나무 모양으로 분량을 헤아리는 그릇)에 3,000원 수준. 2되는 5,000원으로 깎아주기도 하고, 1박스(1.5kg)는 2~3만원이다. 마트와 비교하면 1만원 이상 저렴하다. 오후 6시 이후부터는 10%정도 할인해주니 물건 회전도 빠르다.
“오랫동안 도매 일을 해서 영업망이 탄탄해요. 다른 데보다 물건을 조금 싸게 들여오니 팔 때도 싸게 팔아야죠. 손님들 덕분에 먹고 사는데 최상의 물건을 최대한 저렴하게 드리고 있습니다.” 물건도 좋은데 가격가지 싸니 단골들이 단골을 부른다고 그는 말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손녀로 구매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소단위 포장도 대흥건어물의 장점이다. 멸치와 김, 북어 등 취급 제품은 300여 가지가 넘지만 손님이 원하는 양만큼 사갈 수 있다. 일괄 포장돼 나오는 마트와 달리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셈이다. 마트에서는 150g 정도 단위로 묶어 판매하기에 식구가 적으면 남기 일쑤다.
“저희 단골 중에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도 계시고, 신혼부부도 많아요. 1인 또는 2인 가구에서 한번 반찬을 해 먹을 만큼 조금씩도 팔아요. 멸치 1되 사가서 멸치볶음 해먹고, 무말랭이 한바구니(3,000원) 사가면 한두 끼 반찬 양으로 제격이죠.”
대흥건어물은 품질과 가격, 소단위 포장이라는 세 박자가 어우러져 단골들을 모으고 있다. 불황속에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대박의 비결이다.
글= 박모금 기자 / 사진=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