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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문시장 입니다~ 무엇이든지 살 수 있고요. 구경만 하러 와도 좋아요~”
서울 금천구 독산동 남문시장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빠지지 않는 노래 가락이 있다. 유행가도 아니고 대중음악도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모르는 이들이 없다. 바로 상인 합창단이 부르는 ‘남문송’이다. 합창단원들이 노래를 부르면 여기저기서 흥얼댈 정도로 유명하다.
남문시장은 지난해 4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사업 지원을 받아 합창반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풍물반이나 기타반과 달리 합창반은 여성 상인들로만 구성됐다. 회원 수는 12명으로 조촐하지만 시장이나 금천구 행사에 초청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고 있다.
합창반 담당 선생님인 정재영 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한 시간씩 합창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연습 장소는 시장 내 빈 점포. 남문송 역시 정 선생과 합창단원들이 함께 작사, 작곡한 곡이다. 정 씨는 “남문시장을 홍보하기 위해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음악을 만들었어요. 노래가사가 쉽다 보니 손님들까지 따라 부르고… 시장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어요”라고 전했다.
합창단원들이 만든 음반도 있다. 남문송을 비롯해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음악들이 수록돼 있는 CD다. 정 씨는 “시장 안에서 녹음을 했어요. 단원 한 분씩 노래한 것을 100% 리얼 라이브로 담아낸거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인들은 틈날 때마다 연습실에 들러 노래를 부르고, 화음을 맞춰 볼 정도로 열성적”이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합창단 이순금 회장도 “우리 합창단원들이 아직은 프로실력이 아니지만, 처음에 비하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만 하다가 노래를 하려니깐 조금 쑥스럽기도 했어요. 송대관의 ‘네박자’ 같은 트로트를 주로 부르다가 점점 실력을 쌓아가면서 앨범까지 만들게 된 거죠.”
이 회장은 “구청 행사에 가서도 노래를 하고, 금천구 행사에도 초청받은 적이 있다”면서 “우리 노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합창단원들은 빨간 티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를 맞춰 입고 연습을 한다. ‘매일 실전처럼 하자’는 의지다.이 회장은 “합창복을 단정하게 입고 노래를 하면, 더 좋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남남남남남남남남 문문문문문문문문 시시시시시 장~ 남문시장으로 오세요”라는 노래 구절을 뽑아내더니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제 날도 따뜻해지니깐 우리 합창단도 활기찬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3월 꽃샘추위 속에서도 남문시장 합창반 동아리는 봄의 향기를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