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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사인과 함께 시장 한복판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감독의 날카로운 눈빛부터 앵글을 잡는 카메라맨의 빠른 손놀림, 구수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까지 영락없는 촬영장 분위기다.
진지한 분위기에 손님들마저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기 바쁘다. ‘시장에 영화촬영을 나왔나?’라고 착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우림시장(서울 중랑구 망우동) 상인 CF단이다. 프로 못지않은 실력은 지난 2년간 쌓아온 노하우 덕분이다.
우림시장은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사업 지원을 받아 동아리를 조직했다. ‘상인들이 직접 시장을 알린다’는 취지에서 상인 CF단이 구성됐다. 상인 CF는 총 10명 내외의 상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매주 영상과 편집 등의 교육을 통해 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를 갖추게 됐다.
상인 CF에서 감독직을 맡고 있는 중앙떡집 김범진 씨는 “벌써 3개의 홍보 CF를 찍어낸 경력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육점과 떡집, 생선가게 CF를 찍었어요. 가게 주인을 직접 출연시키고 지나가던 손님을 캐스팅했죠. 손님들이 물건을 구입하는 장면이나 상품소개를 넣어서 약 2~3분 분량의 영상을 찍어냅니다. 미리 콘티를 짜고 화면 구성에 맞춰서 진행하는 거예요.”
만들어진 CF는 시장 내에 있는 PDP를 통해 상영된다. 김 감독은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오며가며 영상을 보니 홍보용으로 그만”이라면서 “무료로 만들어주니 가게마다 홍보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CF를 찍는 게 너무 어려워 보였어요. 이론 수업과 실기를 병행하면서 촬영의 기초를 익혔죠. 이제 우리 상인들이 직접 CF를 만들어낼 정도니 꽤 훌륭한 아마추어지요”라며 웃는다.
상인CF단은 외부 업체들의 광고도 직접 제작할 계획이다. 시장 인근에 있는 상가나 기관의 홍보영상으로 만들어 자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우림시장 ‘문화 달구지’ 경상현 전 PM(Project Manager)은 “시장 근처 서울의료원에서 홍보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 CF는 시장 PDP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경 전 PM은 “외부 수익금을 바탕으로 우림시장의 광고를 지역 케이블방송에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방송에 시장 광고가 나오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 상인들 스스로가 시장을 홍보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