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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내 점포’ 개념이 강하다. 내 점포라고 해봐야 대형유통업체와 비교하면 ‘구멍가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가게’가 아니라 ‘우리 시장’으로 뭉쳐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남문시장 고우석 상인회장은 시장도 마트와 같이 통합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수십 년간 장사를 해도 상인들끼리 친분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아침에 가게에 들어가면 늦은 밤이 되어야 나오니 서로 알고 지낼 여유가 없죠. 단체생활도 익숙하지 않아 서로 어색하게 인사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고 회장은 상인들의 ‘협력’을 위해 ‘조합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 점포만 잘되길 바란다면 시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조합을 설립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문시장은 지난 2003년부터 협동조합을 운영해왔다. 고 회장을 비롯한 일부 상인들이 10만원씩 출자금을 모아 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사비를 털어서 매일 모임을 진행했다고 한다. 시장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상인회나 번영회를 결성한 것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조합 설립이 필요하다. 지금은 상인회나 번영회가 있는 시장은 모두 중소기업청의 사업비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유통발전법이 바뀌기 전에는 ‘조합’이 있는 시장에만 사업비가 지원됐다.
“상인들이 힘을 모으려면 단체가 필요했고 현대화 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서 조합이 필요했다”고 고 회장은 설명한다.
남문시장은 지난 2004년 전국에서 두 번째로 아케이드 설치를 완료했다. 2007년 고객센터까지 짓자, 시장은 백화점 못지 않은 편의성을 갖추게 됐다.
시장이 깨끗해지고 편리해지자 조합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 회장은 “현재는 120여개 점포의 상인들이 모두 조합원”이라면서 “모두가 ‘시장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지난 2009년부터 상인 회장직을 맡은 고 회장은 시장 리노베이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도에는 아케이드 전문업체가 없었어요. 일반 건설업체가 맡아서 하다 보니 시설이 열악할 수밖에 없었죠. 아케이트가 부실해져서 지난해 말 정부 지원을 받아 개보수를 했습니다.”
아케이트를 전면 개보수한 것은 남문시장이 처음이다. 고 회장은 아케이드 납품업체들을 일일이 만나 비용절감에 힘을 쏟았다.
“공사비용은 7억 9천만원이 들었습니다. 30% 정도를 절감한 셈이죠. 원래 아케이드 사업은 온라인으로 입찰을 하지만 저희 시장은 직접 건설업자들과 만나 협상을 이끌어냈어요.”
아케이트를 새롭게 바꾸면서 시장 전체에 가로등과 CCTV도 설치했다.
고 회장은 “시장 거리가 깨끗하고 안전해지니 동네주민들이 일부러 이쪽으로 지나다닌다”며 “가다가 장을 보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했다.
시장 가로등은 4m간격으로 달려있어 총 160여개가 있다. 보통 밤 10시까지 켜놓고, 그 이후에는 절반만 오전 7시까지 켜놓는다. 전기세는 시장에서 낸다. 새벽까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져 다른 시장보다 야간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올해는 ‘배달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시장에서는 이것저것 사면 양손 가득하게 장을 보게 돼요. 더운 여름에는 집까지 땀을 흘려가며 짐을 가져가야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손님들에게 홈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009년 오토바이와 차량 한대로 배송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운영비 문제로 인해 현재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고 회장은 “시장 시설 현대화는 끝났다. 이제는 손님들을 위해 실질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정부의 일부 지원과 조합원 기금으로 올해 배송 서비스를 부활시키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시장에 공연 등 문화 행사를 지원해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사업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