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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의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대형유통업체는 외국 명품업체나 국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은 중소납품업체가 주를 이루는 의류와 생활잡화 상품군은 평균 32%의 수수료를 챙겼다. 잡화, 남성 넥타이·셔츠는 40%에 가까운 금액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프라다 등 인기 사치품은 적게는 10% 수준에서 20% 이하가 대부분.
심지어는 계약기간 중에도 판매수수료를 인상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애경에서 운영하는 AK플라자는 수수료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또 수수료를 인상했다. 애경백화점 계열사인 애경유지공업은 2개 납품업체의 기획 판매에 대한 수수료율을 2%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수원애경역사 AK플라자에 납품하는 5개 중소납품업체는 특정거래매입을 하면서 32%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에 1% 추가인상을 강요당했다.
“대형유통업체와 판매수수료율은 문서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담당자 간에 구두상으로 수시로 인상된다.”
- 한 중소납품업체 관계자부당한 요구를 받은 업체들은 AK플라자에서 연매출 규모가 1~2억원 가량되는 소규모회사. 중소납품업체들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백화점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지만 참다 못 한 일부 업체들이 결국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부당함이 알려지게 됐다.
“부당한 판매수수료 인상을 강요당한 업체 7곳의 매출액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약 1년에서 1년반 동안 14억원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업체다. 한 업체 당 연 매출이 1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소규모 업체들은 공정위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 대형유통업체와 계약차원 시 불이익을 당할 지도 모른다”
- 공정위 관계자공정위가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나섰지만 오랜 기간동안 ‘갑’ 위치인 유통업체와 철저한 ‘을’인 납품업체 간 관행으로 굳어진 불공정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하나로마트가 화장품판매와 피부관리 매장 'J유통'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거래개시 1년 후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빌미로 계약기간중 판매수수료를 25~30%를 인상해 적발된 바 있다. 계약기간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중소업체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변경하고 서면계약서도 남기지 않았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외국 유명업체나 국내 대기업처럼 백화점의 수익 증대에 큰 기여를 하는 업체를 우대하는 것은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으로서 당연하다는 경제 논리이지만, 그만큼 힘이 없는 소규모 납품업체일수록 쉽게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들에 대해 무자비한 수수료 인상, 판촉비 부담, 부당한 반품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해왔다. 공정위가 수수료율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백화점서도 원칙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매출 적은 소규모 업체들이 보호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을 변동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구두상으로 조정하기도 한다”
-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 강상중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