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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나 월드뱅크가 들어서는 것과 같은 효과.”
이명박 대통령이 일을 냈다. 약 8천억 달러, 한화로 904조원의 돈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유치에 안간힘을 썼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지로 인천 송도가 최종 선정된 것.
기획재정부와 인천광역시, 환경부, 외교통상부 대표단측은 2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2차 이사회 직후 GCF 사무국 유치지로 인천 송도가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최종까지 유치전을 벌인 곳은 독일의 본. 당초 독일과의 승부는 막판까지 접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 스스로가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다, 이사국 가운데 유럽국가가 9개국에 달한다는 점은 해 우리에게 불리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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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외로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G20과 핵안보정상회의를 치르고 평창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외교력은 남달랐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시작된 2차 이사회는 투표과정을 논의한 후 10시20분경부터 본격적인 투표에 돌입했다.
투표는 GCF 24개 이사국이 대한민국 송도를 비롯해 6개국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최저 득표국을 하나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우리나라 송도는 마지막 투표까지 무사히 남은 단 한 국가가 됐다.
이사국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2개 선진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바베이도스,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2개 개도국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지구환경기금이나 적응기금 등이 있으나, 기존 기금은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사막화 방지 등 다른 협약도 지원하고 있거나 규모가 작고 특정분야만 지원하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신설된 GCF는 향후 기후변화 분야에서 개도국을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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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유치 내공으로 월척 낚았다
당초 난항이 예상됐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는 그동안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외교적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G20과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제 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격상된 국격과 국제사회에서의 신뢰가 주효했다.
사실 우리나라가 작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 때 유치 의사를 공식 발효할 때만 해도 이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윗과 골리앗’
정부는 당시 유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이미 국제기구를 다수 유치한 독일, 스위스는 물론 중국, 멕시코까지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국가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성공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회의가 있을 때마다 국가원수라는 타이틀을 떼고 일일이 찾아다녔고, 송영길 인천시장도 설득 행보에 동참했다.
이 대통령은 2차 이사회를 앞두고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정상들과 정상회담 또는 직접 전화통화를 통해 지지를 요청했다.
또 정상회담을 통해 만나지 못했거나 직접 전화통화하지 못한 정상들에게는 친서를 전달하여 지지를 당부하고, 미진하다 싶으면 특사를 파견하는 열의를 보였다.
덕분에 아시아뿐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개도국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나왔고 이는 송도 유치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사무국 유치에는 여야도 없었다.
인천 연수구가 지역구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모처럼 손을 잡고 ‘국회 유치 결의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덕분에 송도는 GCF 유치국 선정 평가위원회 ‘서류전형’에서 법적 이슈, 특권·면제, 재정·행정 지원, 입지·여건 등 4개 평가 항목 모두에 걸쳐 최상위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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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F 사무국 유치, 어마어마한 효과GCF는 2010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키로 합의한 국제기구다.
우리가 열광했던 평창올림픽의 경우 개최 당시 일시적인 효과를 보지만, GCF와 같은 국제기구 유치는 효과가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재정문제로 돈을 빌려주는 기구라면, GCF는 환경 변화를 대비하는 어마어마한 사업 규모이기 때문에 동원되는 재원 역시 엄청나다.
총 기금규모만 8,000억 달러. 한화로 904조원에 달한다.
이는 자본금 3천700억 달러에 직원수 2천500명을 보유한 IMF, 자본금 1천937억달러에 직원 1만2천명의 월드뱅크, 자본금 1천629억 달러에 직원 3천명을 거느린 아시아개발은행(ADB)을 모두 합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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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GCF 직원은 적어도 500명, 많게는 1천명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 출장자까지 감안하면 매년 수천명의 국제 리더들이 송도를 찾는다는 얘기다.평균적으로 한 명의 주재원은 한 명의 지역 고용인을 창출한다는 분석이라면 고용창출 효과는 물론 국제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MICE) 관련 서비스산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GCF 유치 효과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재원 500명을 기준으로 연간 3천8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천억 달러의 기금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이를 운용하면서 국내 금융 산업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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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녹색성장의 메카로 성장
이번 GCF 사무국 유치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이 최종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그린·에코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 연구를 선도하는 새 패러다임의 메카로 송도가 떠오른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도해 설치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술센터(GTC)와 더불어 GCF 사무국까지 입주하게 됨에 따라 세계의 모든 녹색기술과 인프라는 한국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지구촌의 화두인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의 본산이라는 상징적인 효과도 누리게 된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이 세 기구를 두고 ‘그린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본부 유치를 희망하는 송도가 국제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는데 그런 수준의 도시로 빨리 도약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에는 제대로 된 국제기구가 하나도 없는데 아시아를 대표해 대형 국제기구를 유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송도는 물론이고 서울까지 연결되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그간 우리나라가 유치한 국제기구는 없다시피 했다. 국제기구 사무실은 30개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지역센터나 소규모였다.상대적으로 오른 국가위상에 비해 이른바 ‘감투’라는 게 없는 속빈 강정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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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상 첫 대형 국제기구인 GCF를 유치함으로써 한국도 내로라하는 국제기구 유치국의 반열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는 것은 분명하다.신도시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있던 송도는 물론 인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크다.
인천발전연구원(IDI)이 분석한 이번 사무국 유치의 지역경제효과는 연간 1천900억원. 송도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도약하고 녹색도시의 메카로 평가받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