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명의로 만들었어도, ‘운영 지원’ 안했으면 권리 주장 못 해 회사가 ‘업무용’ 계정이란 것 입증해야
  • ▲ SNS 자료사진.ⓒ 연합뉴스
    ▲ SNS 자료사진.ⓒ 연합뉴스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SNS 등 이른바 ‘가상공간’의 소유권에 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회사가 홍보 목적으로 SNS 계정을 만들 것을 지시했어도, 실제 운영을 사실상 방치했다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SNS 계정은 법인 명의로는 만들 수가 없다.
    때문에 개설 당시 명의를 빌려 준 개인과 회사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 판단을 위한 기준이 모호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서영효 판사)은 5일 의류쇼핑몰업체인 A사가 퇴사한 전 직원 성모(42)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인 A사는 성씨가 퇴사 한 뒤에도 자사 영문표기를 사용한 SNS 계정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성씨가 A사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친구를 퇴사 후 다른 회사의 홍보에 이용해 청구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NS가 회사의 지시에 의해 자사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회사가 SNS 운영을 지원하지 않는 등 계정이 업무와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다.


    나아가 재판부는 SNS와 같은 가상공간의 소유권에 대한 심리의 기준을 제시했다.

    SNS 계정 개설이 회사가 알고 있었으며 운영을 지원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회사의 소유로 볼 수 없다.
    성씨가 회사의 이름을 사용한 SNS에 올린 글은 모두 162개로, 이 중 30%가량만 홍보에 이용했다.
    나머지는 개인 신상에 관한 것으로 업무용 예정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


    다만 법원은 기업의 이름을 허락도 받지 않고, 누구나 SNS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만약 회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임의로 같은 이름의 SNS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 상표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가상공간의 소유권에 관한 법원의 첫 번째 판단으로, 앞으로 비슷한 소송에서 하나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