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5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은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을 모두 사용해 동시에 실시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2010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직접 방문, 우라늄농축 시설을 최초로 확인한 헤커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가 공동 주최한 동북아 국제심포지엄에서 "과거 파키스탄의 사례로 봤을 때 북한이 두 가지를 다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을 보여주면서 "풍계리의 남쪽 갱도와 서쪽 갱도에서 동시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면서 남쪽 갱도에 출입구가 마련되고 있고 보안견들이 서부 갱도 출입구에 배치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기술적 검증을 위해 핵실험이 필요하므로 어차피 비난받을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한꺼번에 실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파키스탄이 북한을 지원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파키스탄의 핵실험장과 통제벙커 간 거리, 지원시설 등이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핵실험에서 북한이 20~50킬로톤(kt) 수준의 폭발력을 실험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한번 실험할 때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과 함께 이를 기반으로 수소폭탄(핵융합) 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20~50kt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에 육박하는 수준인 15㏏보다 파괴력이 큰 수준이다.

    헤커 박사는 2006년과 2009년 핵실험 당시 상황을 근거로 "북한 측의 준비상황을 볼 때 앞으로 2주 내에 실험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목표와 관련, "핵탄두를 소형화 경량화해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려 할 것"이라면서 "기술의 소형화 경량화를 실증할 필요가 있고 고농축우라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플루토늄을 보더라도 소형화를 하려는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사실을 들면서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고 발사하려면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 비행실험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4~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24~42㎏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북한이 향후 2주 내에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전력(전기) 대신 폭탄을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HEU 능력을 제한하고 봉쇄해야 한다"며 대북 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어 "대북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중국과 함께 이란과의 협력도 제한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적절한 제재를 취하지 않으면 스스로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이 중국의 압박 등으로 핵실험을 포기할 경우 북한의 체제안보 우려와 에너지 경제문제에 대한 우려를 모두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핵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핵을 넘어서 고차원적으로 다른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서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