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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합정점>(서울 마포구)은 전통시장․골목상권 상인들과 갈등을 빚다가 1여년만에 간신히 합의를 하고 지난 3월14일 개장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개장 후 전통시장의 매출은 20% 가량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홈플러스 합정점> 개점 이후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타격이 심한 곳은 25% 떨어진 곳도 많다.
평균적으로 2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일데이를 만들고 주차장을 확충하는 등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이 대기업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다.”
-<월드컵시장> 김재진 상인회장
당초 망원·<월드컵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주력상품인 1차 식품 중 떡볶이·순대(분식), 무·배추(채소), 사과·배(과일), 삼겹살·국거리 소고기(정육), 물오징어·고등어(생선) 등 모두 10개 품목을 매장에서 팔지 말 것을 요구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이중 떡볶이-순대-국거리 소고기 등 4개 품목을 수용했다.<시장경제신문>은 홈플러스가 과연 4개 품목을 팔지 않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장을 직접 둘러보았다.
홈플러스는 일부 상품의 이름을 바꾸거나 매장 밖의 복도 공간을 이용하는 등 변칙 판매를 하고 있었다.
매장 계산대 밖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불볶이와 튀김범벅>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주문하는 곳에는 <불볶이 소스범벅은 매콤한 떡볶이 소스를 튀김이나 김밥에 얹어드리는 메뉴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떡볶이]가 아니라 [불볶이]라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합정점> 카페테리아 직원에게 떡볶이와 순대 판매여부를 묻자 “순대는 판매하지 않지만, 떡볶이는 <불볶이와 튀김범벅> 매장에서 주문할 수 있다”며 안내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반발하고 나섰다.“<홈플러스>는 [떡볶이]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이름만 바꿨을 뿐 [떡볶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열릴 상생협의체에서 이 부분에 대해 따져 물을 것이다.”
“<홈플러스> 본 매장 안에는 판매제한 품목이 아예 바코드 인식이 안 되도록 돼있어,
자동으로 감시가 된다.
그런데 바코드를 찍지 않는 매장 밖의 공간인 계산대 밖에서,
[불볶이]라는 위장 이름으로 [떡볶이]를 판매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망원시장 상인회> 김진철 재무이사 -
판매하지 않기로 했던 [국거리용 소고기](양지)의 경우, 비싼 한우는 팔지 않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수입산을 팔고 있었다.
배, 사과, 배추, 삼겹살은 협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할인행사까지 하고 있었다.
상생안 협의 이행에 대한 논란은 판매품목 뿐만이 아니다.구체적 기준이 없는 [합정점 단독 광고 자제] 사항에 대해서도,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이사는 “<홈플러스>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세일한다고 알리는 전단지를 망원시장까지 배포할 정도다”고 했다.
판매제한 품목의 [꼼수 판매]와 [과도한 광고]에 대해 <홈플러스>측은 [협의내용은 비공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15개 품목에 대해 판매하지 않기로 전통시장 상인들과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판매제한 품목을 발설하는 등의) 비밀유지 조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불볶이]는 엄연히 [떡볶이]와 다르다.
떡이 들어있지 않는데 [떡볶이]라고 할 수 없다.
[국거리용 쇠고기]의 경우 한우만 팔지 않도록 한정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판매제한 품목을 판매하지 않는다.”
-<홈플러스> 강영일 팀장 -
상인들은 <홈플러스> 측이 판매제한 품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를 타지역에서 유리한 협상을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와 15개의 판매제한 품목에 대해 협의했지만, 우리도 구체적인 품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
언론에 공개할 경우 협의를 무효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상권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에,
품목이 알려지면 불리해 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상생협의체 상인회> 측 관계자“판매제한 품목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알려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생협의체>에 소속된 상인회 임원들이 장사는 안하고 매일 <홈플러스> 매장을 돌아다닐 시간이 있겠는가.”
-<월드컵시장> 김재진 상인회장
상인들은 "소비자와 조합원들 한명 한명이 <홈플러스>를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합정점> 지점장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린 판매제한 요구 15개 품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