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안찍히게 매장 밖 공간서 판매..양지 고기는 비싼 한우만 안 팔며 생색
  • ▲ 망원·월드컵시장에서 홈플러스 합정점에 판매제한을 요구했던 고등어, 배, 사과, 배추, 삼겹살이 판매되고 있다. 국거리용 소고기는 한우만 제외되고 수입산이 판매되고 있다. ⓒ 고희정
    ▲ 망원·월드컵시장에서 홈플러스 합정점에 판매제한을 요구했던 고등어, 배, 사과, 배추, 삼겹살이 판매되고 있다. 국거리용 소고기는 한우만 제외되고 수입산이 판매되고 있다. ⓒ 고희정



<홈플러스 합정점>(서울 마포구)은 전통시장․골목상권 상인들과 갈등을 빚다가 1여년만에 간신히 합의를 하고 지난 3월14일 개장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개장 후 전통시장의 매출은 20% 가량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 이후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타격이 심한 곳은 25% 떨어진 곳도 많다.
평균적으로 2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일데이를 만들고 주차장을 확충하는 등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이 대기업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다.”


   -<월드컵시장> 김재진 상인회장


당초 망원·<월드컵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주력상품인 1차 식품 중 떡볶이·순대(분식), 무·배추(채소), 사과·배(과일), 삼겹살·국거리 소고기(정육), 물오징어·고등어(생선) 등 모두 10개 품목을 매장에서 팔지 말 것을 요구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이중 떡볶이-순대-국거리 소고기 등 4개 품목을 수용했다.

<시장경제신문>은 홈플러스가 과연 4개 품목을 팔지 않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장을 직접 둘러보았다.

홈플러스는 일부 상품의 이름을 바꾸거나 매장 밖의 복도 공간을 이용하는 등 변칙 판매를 하고 있었다.
매장 계산대 밖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불볶이와 튀김범벅>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주문하는 곳에는 <불볶이 소스범벅은 매콤한 떡볶이 소스를 튀김이나 김밥에 얹어드리는 메뉴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떡볶이]가 아니라 [불볶이]라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합정점>  카페테리아 직원에게 떡볶이와 순대 판매여부를 묻자 “순대는 판매하지 않지만, 떡볶이는 <불볶이와 튀김범벅> 매장에서 주문할 수 있다”며 안내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홈플러스>는 [떡볶이]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이름만 바꿨을 뿐 [떡볶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열릴 상생협의체에서 이 부분에 대해 따져 물을 것이다.”


“<홈플러스> 본 매장 안에는 판매제한 품목이 아예 바코드 인식이 안 되도록 돼있어,
자동으로 감시가 된다.


그런데 바코드를 찍지 않는 매장 밖의 공간인 계산대 밖에서,
[불볶이]라는 위장 이름으로 [떡볶이]를 판매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망원시장 상인회> 김진철 재무이사



  • ▲ 홈플러스 합정점 내 위치한 ‘불볶이와 튀김범벅’ 매장. ‘불볶이 소스범벅은 매콤한 떡볶이 소스를 튀김이나 김밥에 얹어드리는 메뉴입니다’라고 안내해 놓았다.. ⓒ 고희정
    ▲ 홈플러스 합정점 내 위치한 ‘불볶이와 튀김범벅’ 매장. ‘불볶이 소스범벅은 매콤한 떡볶이 소스를 튀김이나 김밥에 얹어드리는 메뉴입니다’라고 안내해 놓았다.. ⓒ 고희정




    판매하지 않기로 했던 [국거리용 소고기](양지)의 경우, 비싼 한우는 팔지 않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수입산을 팔고 있었다.

    배, 사과, 배추, 삼겹살은 협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할인행사까지 하고 있었다.
    상생안 협의 이행에 대한 논란은 판매품목 뿐만이 아니다.

    구체적 기준이 없는 [합정점 단독 광고 자제] 사항에 대해서도,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이사는 “<홈플러스>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세일한다고 알리는 전단지를 망원시장까지 배포할 정도다”고 했다.

    판매제한 품목의 [꼼수 판매]와 [과도한 광고]에 대해 <홈플러스>측은 [협의내용은 비공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5개 품목에 대해 판매하지 않기로 전통시장 상인들과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판매제한 품목을 발설하는 등의) 비밀유지 조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불볶이]는 엄연히 [떡볶이]와 다르다.
    떡이 들어있지 않는데 [떡볶이]라고 할 수 없다.
    [국거리용 쇠고기]의 경우 한우만 팔지 않도록 한정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판매제한 품목을 판매하지 않는다.”


       -<홈플러스> 강영일 팀장


  • ▲ 상인들이 판매제한을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품목인 ‘무’. 홈플러스 합정점은 해당품목의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고희정
    ▲ 상인들이 판매제한을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품목인 ‘무’. 홈플러스 합정점은 해당품목의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고희정



    상인들은 <홈플러스> 측이 판매제한 품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를 타지역에서 유리한 협상을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와 15개의 판매제한 품목에 대해 협의했지만, 우리도 구체적인 품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
    언론에 공개할 경우 협의를 무효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상권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에,
    품목이 알려지면 불리해 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상생협의체 상인회> 측 관계자


    “판매제한 품목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알려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생협의체>에 소속된 상인회 임원들이 장사는 안하고 매일 <홈플러스> 매장을 돌아다닐 시간이 있겠는가.”

       -<월드컵시장> 김재진 상인회장


    상인들은 "소비자와 조합원들 한명 한명이 <홈플러스>를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합정점> 지점장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린 판매제한 요구 15개 품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