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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 연장법과 하도급법 개정안, 대기업 임원 연봉공개법 등이 30일 줄지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법안에 반대해 온 재계는 낙담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을 확대하는 하도급법 개정에 중소기업계는 환영하고 있어 대기업과 희비가 엇갈렸다.
대기업들은 각종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세하면 이중처벌 가능성이 있고 시장에서 형성된 납품단가까지 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기술탈취 행위에만 3배 범위 안에 적용하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행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우려된다"며 "단가 인하에 대한 부담을 가진 대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해외업체 등으로 거래선을 변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청 사업자의 75%가 중소기업"이라면서 "이들은 대기업과 달리 법무팀 등 체계적인 대응 조직이 없어 징벌배상제 확대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계는 하도급법 개정안 통과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와 국회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와중에 법안이 처리돼 정말 다행"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4월 국회 회기 내 통과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협동조합 납품단가 협상권 부여 등이 경제3불 해소를 위한 상징적 입법이며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라고 한결같이 주장해 왔다"며 "이번 개정안이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년 60세 연장법과 관련, 중소·중견기업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재계를 대변하는 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한목소리로 임금 조정을 전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기업부담이 가중되고 청년 채용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기업들의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시대를 대비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지만 기업으로서는 인력운용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좋은 일자리에 청년층의 진입이 한층 어렵게 돼 청년실업난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특히 이번에 통과된 법은 임금 조정을 전제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했기 때문에 임금 조정 문제를 두고 노사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 조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관계자도 "20년 근무자의 평균임금은 신입직원의 2∼3배기 때문에 청년취업이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해 장년과 청년이 공생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년만 의무화하고 임금을 자율로 하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적절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재계는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통과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사회적인 위화감 조장 등의 부작용 우려하는 기존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