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당시 책임자도 아니었는데…"
  • ▲ 심재오 전 국민카드 사장이 이번 정보유출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 쓰는 '희생양'이 될 경우, 금융당국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이미화
    ▲ 심재오 전 국민카드 사장이 이번 정보유출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 쓰는 '희생양'이 될 경우, 금융당국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이미화


    최근 발생한 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책임을 심재오 전 사장에게 물을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사람에게 무슨 책임을 어떻게 또 묻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KB국민카드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과 관련, 적발 당시 대표직을 맡았던 심 전 사장에게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당시 대표였던 최기의 전 사장이 중징계를 당하고, 심 전 사장은 이를 피해갈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과는 정 반대의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셈이다.

금융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내달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재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8월 대표직에 오른 심 전 사장은 이번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취임 5개월여 만인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난 3일 사표가 수리됐다.

이 소식통은 “사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자는 누구든 엄벌하겠다고 금융당국이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심 전 사장을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자’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출 사건이 적발됐을 당시 대표를 맡고 있었을 뿐인 그에게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태 초기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소비자에게 확인시키는 과정에서, 국민카드는 시스템 구축을 허술하게 한 바 있다. 이 탓에 유명인들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가 인터넷에 퍼졌다. 심 전 사장이 이번에 책임을 묻는다면, 그 문제 때문에 금감원장의 심기를 건드린 탓일 가능성이 높다”며 “어쨌든 심 전 사장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운이 없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실제로 이 문제와 관련,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그에게 또 책임을 묻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사퇴한 사람에게 사법기관도 아닌 금융당국이 현실적으로 어떤 책임을 물어 어떤 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더라도 자진 사퇴까지 한 그에게 또 철퇴를 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등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 금감원 여신전문검사국 측은 "아직 검사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