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기]..."금융당국 권한 남용" 비판 잇따라"문제는 주민등록번호 대체 인증수단 마련 시급"
  • ▲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주민번호를 대체할 새로운 인증 수단 마련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인터넷에 유출돼 있는 한국인의 개인정보들. ⓒ 연합뉴스
    ▲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주민번호를 대체할 새로운 인증 수단 마련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인터넷에 유출돼 있는 한국인의 개인정보들. ⓒ 연합뉴스


“카드사만 때려잡는다고 해결 되나요?”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의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대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보유출 금융회사에 
최대 1,000억원대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월까지 영업을 정지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그런가 하면, 
모든 금융회사에 텔레마케팅(TM) 영업을 금지시키고
[카드슈랑스] 판매, [신용정보보호 서비스] 제공도 중단시키는 등
사실상 창구를 통한 대면 영업을 제외한
다른 방식의 영업을 금지시키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강력 조치와 관련,
“사실상 금융회사의 손발을 묶어놓은 것 아니냐”
“손발 묶어놓은다고 해결될 문제냐”
등의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인증 수단에 대한 개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주민등록번호 외에 새로운 인증 수단이 필요하며,
한 번 정해지면 평생 바뀌지 않는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이 수단은 필요에 따라 변경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 ▲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주민번호를 대체할 새로운 인증 수단 마련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인터넷에 유출돼 있는 한국인의 개인정보들. ⓒ 연합뉴스

  • ◆ “카드사 잡는다고 문제 해결되나요?”

    <금융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것들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이번 대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들이 
    금융회사의 영업기반을 통째로 흔들 정도로 
    지나치다는 점이다. 

    카드·보험업계 종사자들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와 관련,
    “책임론으로 궁지에 몰린 금융당국이
     금융업계의 합법적인 영업기반 마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며 불만의 목소리를 강력히 냈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카드사들도
     이번 사건과 관련,
     솔직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여러 대책들은
     아무리 봐도 [아니올시다]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불안과 불만으로 가득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카드사·보험사만 잡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손발을 묶어놓는다고 해서 바뀔 것은 하나도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익명을 요구한 전직 신용카드사 근무자

    금융 관련 소비자 단체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권한 남용일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는 없다더니,
     금융사에 대한 문자 및 전화영업 전면 금지를 하는 것은 
     근거 없는 과도한 금융 규제이고 
     관치적 발상이다.
     빠른 시일 내 철회돼야 한다.
     
     자신들의 책임에 대한 인식은 없고, 
     문제 핵심도 파악하지 못하는 금융당국이, 
     2차 피해도, 자료 유출도 없다면서도,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금융사의 영업을 규제하고 
     시장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누가 봐도 불합리한 것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의 생계나 
     금융산업 위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 금융권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조치를 
     근거 조항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강행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권한 남용이다”

       -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이런 지적과 관련,
    금융당국은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했다.

    "개인정보 유출은 실제로 발생한 일이고,
     유출된 개인정보의 수요가 가장 높을 가능성이 큰 곳이
     바로 인터넷 및 텔레마케팅 종사자들이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해당 영업을 당분간 막게 된 것이다.

     권한 남용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

       - 금융위원회 관계자


    ◆ 주민등록번호 아닌 [다른 인증수단] 마련해야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개인정보에 대한 [발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이 지난 27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행 개인정보 식별 체제는
    어떤 형태로든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 외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지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검토하라”

       - 박근혜 대통령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외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범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지
     조속히 검토해야 한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


    한국의 주민번호는
    - 한 번 정해지면 평생 바꿀 수 없으며 
    - 인터넷에서 손쉽게 수집할 수 있고 
    - 번호 자체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드러난다
    는 등의 치명적 약점이 있다.

    국민의 신분을 확인하는 제도는
    외국에도 있지만
    한국처럼 획일적으로 운영되진 않는다.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SSN)을 비롯해 
    운전면허번호, 주(州)신분증번호 등 
    복수의 식별번호를 가지고 있다. 

    사회보장번호의 경우, 
    시민권자·영주권자 등에게 발급되지만 
    모든 사람에게 발급되는 것은 아니어서 
    번호가 없어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개인이 원할 경우 번호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2년 
    전 국민에게 식별번호(국민배번호제)를 부여하긴 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별로 사용할 일이 없다. 
    신분 확인이 필요할 때는 
    면허증번호, 의료보험증번호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도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전혀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정부가 고민한 대표적 대체수단이
    바로 [아이핀]이다. 

    하지만 [아이핀] 역시 
    주민번호 수집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근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이번 개인 금융정보 유출 사고를 촉발한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아이핀 발급을 위해 
    정부가 지정한 본인확인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아이핀]은 실패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상태에서 
     주민번호는 이미 개인 인증 수단으로서 의미를 상실했다.
     교체 가능하고 공공의 목적으로만 쓸 수 있으며 
     주민번호와 연계되지 않은 
     새로운 인증수단이 필요하다”

       - 문송천 KAIST 교수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에 대해
    금융당국은
    "필요성에 공감하며,
     대체 수단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고,
     위원장이 밝히기도 한 만큼,
     대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검토 중이라 정해진 건 없다"

       - 금융위원회 관계자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28일 발표했다.

    인권위는 성명서를 통해
    - 실명제 기반의 개인정보 처리 관행 개선 
    -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재정비 
    -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기업의 강제적 동의 관행 개선 
    - 개인정보 수집·유통 관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통해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