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유럽점검 강행군… "안주 말고 기초 다져라"
  • ▲ 정몽구 회장은 4일 슬로바키아 기아차 공장을 시작으로 5년만에 유럽 시장 재정비에 나섰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 정몽구 회장은 4일 슬로바키아 기아차 공장을 시작으로 5년만에 유럽 시장 재정비에 나섰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회복기 경쟁격화에 적극 대응하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i20·쏘울 등 신차 출시를 앞둔 유럽 현장을 5년만에 방문, 전열 재정비를 강조하고 나섰다. 6년간 축소됐던 유럽시장이 올해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현지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행보다.    

    정몽구 회장은 4일(현지시간)부터 현대·기아차 유럽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연이어 들러 유럽 생산 및 판매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또 6일에는 러시아 공장 생산현황을 살피는 등 3일간 4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친다.

    ▲ "유럽 경쟁심화 직면, 유연하게 대응"


    정몽구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금융위기 여파로 6년간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던 유럽 자동차시장이 올해부터 회복세 전환에 따른 경쟁심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유럽 현지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정 회장은 먼저 “지난 6년간 유럽의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 현대·기아차는 직원들의 위기극복 노력으로 두 자리 수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며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올해부터는 유럽 시장의 수요가 증대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생산과 판매 전 분야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자”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장수요에 탄력적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강조하면서, 4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5일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유럽 현지 전략 차종들의 생산 품질을 확인했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생산 각 공정에서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시장 수요에 탄력적 대응체계를 갖추라”고 말했다. 협력업체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한 원활한 부품 공급 체계도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현지 공장은 지난해 각각 30만3천대와 31만3천대를 생산하며 가동률 100%를 상회하는 생산실적을 나타냈다.

     

  • ▲ 정몽구 회장은 4일 슬로바키아 기아차 공장을 시작으로 5년만에 유럽 시장 재정비에 나섰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 "제네시스 유럽 출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이어 정 회장은 5일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유럽판매법인을 들러 유럽 전략차종 개발 현황 및 판매 전략 등을 보고 받았다.

     

    정 회장은 구체적으로 “시장에서 선전한 차종들의 경쟁력을 재점검 하고, 신규 차종은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유럽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량확대 보다는 유럽 자동차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에 대비해 중장기적 기초체력을 갖추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 유럽시장 판매목표도 지난해 판매대수인 74만대보다 1% 증가한 75만대로 책정했다.(현지 판매기준)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최저점을 기록한 유럽 자동차시장 수요가 올해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시장 회복 국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자동차 시장은 2008년부터 6년간 지속적으로 판매가 감소해 지난해 1,374만대를 기록하며 최저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2.9% 증가한 1,414만대로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자동차산업연구소, 승용 및 소형상용 기준)

     

    이미 유럽 산업수요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新車공세로 유럽 메이커와 정면승부

    문제는 시장 회복 국면에 맞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시장 공세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데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주요 메이커들은 볼륨 차급과 소형SUV 차급에 집중적으로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데, 작년 10여개에 불과했던 신차가 올해는 20~30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 정몽구 회장은 4일 슬로바키아 기아차 공장을 시작으로 5년만에 유럽 시장 재정비에 나섰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여기에 회복되는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유럽업체들은 무이자 또는 저금리 할부 등 공격적인 시장 확보에 나서는 한편, 엔저의 혜택을 입은 일본메이커들 또한 인센티브 확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통해 늘어나는 유럽 시장에서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수요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PSA, 피아트 등 유럽 메이커들도 구조조정 및 효율화 등을 통한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점유율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이 급변하는 시장상황과 격화되는 시장경쟁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현지전략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 견인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현대차 신형 i10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럽 최대 차급인 B세그먼트 신차 i20와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신형 쏘울을 유럽시장에 선보이는 한편, 상품성을 강화한 월드컵 스페셜 모델들을 출시해 판매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딜러망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딜러를 적극 영입하고, 주요 대도시 및 도심을 중심으로 딜러망 개발에 적극 나서 수요 회복기에 대비한 판매망 확충에도 힘쓸 방침이다. 이외에도 시장 수요회복과 경쟁사의 할부금융 강화에 대응해 판매 금융부문의 활성화를 통한 판매 지원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전략도 계속해 나간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공식 후원하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을 활용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고, 올해 본격 출전한 월드랠리챔피온십(WRC) 대회를 통해 유럽 소비자들에게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양산 체계를 갖춘 수소연료전지차의 유럽내 보급에 적극 나서 친환경 기술 분야 선도기업 이미지 구축에도 힘쓴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기회로 삼은 경험을 다시 한번 살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지난 6년간 유럽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씨드, i30, i10 등 유럽전략 차종들의 선전과 직영체제 구축 등을 통한 위기관리 강화로 2007년 56만대에서 2013년 76만대로 판매가 36.1% 증가하면서 시장 점유율도 2007년 3.5%에서 2013년 6.2%로 늘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