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주공 등 재건축 500만~1000만원 하락일반 아파트도 가격 떨어지고 거래량도 감소전·월세시장 '보증금↑ 월세↓'방향으로 재편될듯 예상
  • ▲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월세 소득 과세 방침 탓에 다주택자들의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연초 잠깐 들썩였던 주택시장이 다시 주저앉고 있다. ⓒ NewDaily DB
    ▲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월세 소득 과세 방침 탓에 다주택자들의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연초 잠깐 들썩였던 주택시장이 다시 주저앉고 있다. ⓒ NewDaily DB

연초 잠깐 들썩였던 주택시장이 다시 주저앉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등 각종 규제완화 조치에 힘입어 주택시장은 잠시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정부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다시 주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5000만∼7000만원씩 올랐던 일부 재건축 단지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정부의 전·월세 소득 과세 방침으로 다주택자들의 투자심리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 재건축 아파트 거래 '뚝'… 가격 하락세 본격화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는 지난주 가격이 500만∼1000만원씩 하락했다.
 
개포 주공1단지 35㎡(약 10.5평)는 연초 호가가 6억2000만원을 옷돌았으나 지난주엔 6억1000만원까지 떨어지고서도 거래가 안 된다. 42㎡(약 13평)도 7억3000만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7억1500만원짜리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개포 주공은 지난달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 방침 이후에만 5000만∼6000만원씩 가격이 상승했다가 지난주 다시 하락세로 반전한 것이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재건축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매수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매수문의가 완전히 끊겼다"며 "얼마 전까지 매도자 위주의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매수자 중심의 시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주공·고덕주공 일대도 소폭 내렸다. 지난달과 비교할 때 500만∼100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둔촌동 주공 고층 82㎡(약 25평)는 6억3000만∼6억3500만원을 호가했으나 현재 6억2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박노장 둔촌동 SK선경공인 대표는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거래가 줄어들던 차에 임대소득 과세 방침 이후 매수세가 더 위축된 건 확실하다"며 "주택을 구입해 전세나 월세를 주려던 수요자들이 구입을 보류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초과이익 환수 폐지 방침 발표후 6000만∼7000만원 정도 가격이 단기급등하고 추격매수도 비교적 활발했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역시 최근 거래가 뚝 끊겼다.
 
박준 잠실박사공인 대표는 "월세는 물론 2주택 전세까지 간주임대료로 과세하기로 하면서 매수세가 더 위축되고 있다"며 "모처럼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정부가 엇박자 정책을 펴면서 다시 꺾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월세는 물론 전세까지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고 하니 집주인들은 진퇴양난 빠진 셈"이라며 "시장을 살리는 정책을 내놓다가 갑자기 규제를 하니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 일반 아파트도 주춤… 주택시장 위축 불가피
 
일반 아파트 역시 상승세가 꺾이는 분위기다.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면적 85㎡(약 26평)는 호가가 8억7000만∼9억3000만원, 잠실 엘스 전용 59㎡(약 18평)는 7억2000만∼7억5000만원이었으나 지난주 각각 2000만∼3000만원 빠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김찬경 잠실일번지공인 사장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너무 올려 거래가 뜸해지던 차에 정부의 전·월세 소득 과세 방침이 나온 뒤 분위기가 더 싸늘해졌다"며 "강남 사람들 가운데 임대 수익을 바라보고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꽤 있었는데 정부 대책 이후엔 있는 집도 팔아야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문재충 성동구 금호동 월드공인 대표도 "최근 계약자의 20∼30%는 2주택 이상 투자수요였는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매물이 평소보다 많이 쌓여 있어 이대로 가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거래 감소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 모두 과세 대상이 많지 않고 세금도 높지 않다고 항변하지만 일단 집주인이나 매수자들은 과세 방침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세금 납부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집주인들은 감춰져 있던 자신의 임대소득이 공개되고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나쁘고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대책이 살아나던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집주인들이 받은 충격이 상당하고 아직 제도 시행 전의 과도기여서 시장이 정부의 과세 방침을 납득하고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심정으로 전월세 소득에 대한 득실이 명확해질 때까지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증금 올리고 월세 낮추고'… 주판알 튕기는 집주인
 
정부의 과세 방침에 맞춰 전·월세 시장도 재편될 조짐이다.
 
당장 올해부터 과세 대상이 될 3주택 이상 보유 월세 소득자나 연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자, 2주택 이상 보유하고 전세를 준 임대인들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하다.
 
특히 연 임대소득 2000만원이 넘는 2주택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본인 거주 주택 외에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월세 주고 있는 김모(56)씨는 분리과세 대상이 되기 위해 현재 250만원인 월세를 200만원 이하로 낮추고 보증금을 올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임대료 총액이 연 3000만원으로 필요경비(660만원)을 제외해도 소득금액이 2000만원을 넘어(2340만원)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1억원이 조금 넘는 연봉을 감안할 경우 근로소득을 제외한 연 임대소득만 618만원(지방소득세 포함)을 납부해야 한다.
 
김씨는 "같은 2주택자로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2년간 과세를 유예하고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조금 넘는 내 입장에선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며 "어차피 소득세를 내야 한다면 분리과세를 받는 쪽으로 조정하는 게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간주임대료는 3억원까지 비과세가 되는 만큼 월세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전세 보증금을 3억원 이하에서 최대한 높이고 월세를 낮추려고 한다"며 "앞으로 집주인들이 보증부 월세(반전세) 제도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주임대료란 전세금에 대한 이자상당액을 임대료로 산정해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전세권자의 경우, 일반 임대인처럼 매 월 고정적으로 받는 돈이 없기 때문에, 전세금의 이자 상당액을 월세인 것처럼 간주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전세를 주는 집주인들은 간주임대료 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전세금을 조정하거나 아예 집을 매각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소득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큰 3주택 이상 보유자나 공시가격 9억원 초과 1주택자 등 분리과세 대상 제외들은 올해 소득세 신고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다.
 
김종필 세무사는 "집주인들이 올해 소득세 신고를 해야하는 5월까지 임대사업자 신고를 하고 소득세를 내는 게 유리할지, 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집을 팔거나 임대료를 조정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최대한 세금을 안내거나 덜 내는 쪽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