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동부그룹 고위 임원 불러 해결 압박
  • 국내 금융시장에서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는 동부그룹 소속 계열사의 유동성 대응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9일 '동부그룹 자구계획 진행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과 관련해 지연 및 축소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구계획 중 매각대상 자산의 상당수가 SPC(특수목적법인) 편입 방식이 아닌 개별매각 방식으로 추진됨에 따라 그룹으로의 자금유입 시기가 애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재무안정성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동부메탈 지분 매각, 동부 당진항만운영 파이낸싱 관련 투자자 모집, 동부특수강 IPO(기업공개) 등의 진행상황을 감안하면 자금유입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금융시장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동부그룹 고위임원을 불러 자구계획안을 신속하게 이행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동부그룹은 작년 말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발전당진, 동부직스프레스 등의 지분 매각과 함께 동부특수강 IPO,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 등을 통해 총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대규모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재 약 6조3000억원에 이르는 그룹의 차입금을 내년까지 3조원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자구책 발표 이후 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선정한 회계법인이 매각대상 자산에 대한 실사를 상당 부분 완료했으며, 자산별로 매각가치 산정 및 매각방식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동부하이텍과 동부익스프레스 등은 개별매각이 추진되고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은 개별 매각 또는 패키지 매각이 추진되며 이달까지 매각이 공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 당진항만운영과 동부특수강 등은 일단 SPC에 편입될 것으로 보이고, 개별매각 추진 후 여의치 않은 건은 다시 SPC에 편입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신속인수제 등을 통한 차환 외에도 조속한 자구계획 이행에 따른 현금유입 등 별도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부제철의 경우 작년 말 기준 1년 내 만기도래 단기성 차입금이 1조3300억원(단기차입금 5295억원, 유동성사채 4510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3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단기·장기 차입금 만기도래분은 상당 부분 담보가 있어 단기 차환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4510억원은 신속인수제 외에도 추가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속인수제를 통해 차환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제외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풋옵션 행사분(1000억원)과 공모 사채 만기도래분 중 미차환금액(805억원)은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부건설도 올해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2676억원 어치의 회사채 중에서 산업은행과 계열사가 보유한 15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별도의 해결방안이 필요한 상태다.

    보고서는 주요 계열사 유동성 확보의 상당 부분이 이번 자구계획의 이행과 관련됐기 때문에 자구계획이 지연되거나 축소되면 계열사의 유동성 대응력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중점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ICE신용평가도 '동부그룹 분석과 주요 크레디트이슈' 보고서에서 자구계획의 적시성 있는 이행과 계획된 수준에 근접한 유동성 확보 여부가 앞으로 동부그룹의 재무위험을 완화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