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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금융사에게 내부단속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금융감독원이 내부 직원의 비리 연루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금융권의 감독당국이 스스로의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감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자본시장1국 김모 팀장은 KT ENS 협력업체 사기 대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 김모 팀장은 2005년부터 중앙티앤씨 서 대표 등과 지인관계를 유지해오며 이들을 도왔다. 그 대가로 2008년에는 서 대표가 인수한 농장 지분 30%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필리핀 등지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KT ENS 협력사 관련 조사 정보를 대출사기 주범 중 한명인 전 모씨에게 몰래 알려줘 해외 도피를 돕기도 했다. 전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 해외로 출국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동양사태, 금융사 정보 유출 사태 등을 겪으며 관리·감독 책임을 강하게 질책 받아 왔으며, 금융사를 대상으로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할 것'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 됐다.
KT ENS 협력사의 불법대출 사기 사건은 금감원이 직접 적발, 지난 2월 11일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잃어버린 신뢰를 드디어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검사 진행 중 금감원 내부 직원 연루설이 불거졌다. 이에 최수현 원장은 즉시 엄중한 내부 감찰을 지시했다.
감찰 결과 김 팀장의 부정이 적발됐다. 금감원 한 쪽에서는 대출 사기를 발견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출 사기범을 도왔던 것이다.
금감원은 김 팀장을 3월초 직위 해제 후 대기 발령 조치하는 동시에 검찰에 관련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 측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면직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이처럼 금감원 직원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것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 준 것이 적발돼 간부 등 직원 여러명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금감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추락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금감원을 방문해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이후 금감원은 금융회사 감사 재취업 근절, 전 직원 대상 청렴도 평가, 감찰담당 조직·인력 확충 등 쇄신안을 내놓았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번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금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에 대한 신뢰도에 또 한번 흠집이 남게 됐다.
이번 사건은 단순 수뢰·청탁이 아닌 금감원 직원이 개입한 사기사건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금감원이 잇따른 사건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철저한 내부 직원들의 관리가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