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부직원 비리연루…"무색해진 금융권 내부단속 지시"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기 대출에 금융감독원 팀장급 간부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정보유출 관련 금융사에 '내부단속'을 강하게 질타해 왔던 금감원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카드정보유출로 금융당국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내부단속조차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는 등 사실상 '외환내우(外患內憂) 상황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9일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 대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금감원 김모 팀장은 핵심 용의자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해외도피를 도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KT ENS 김모(51) 전 부장과 KT ENS 협력업체 중앙티앤씨 서모(44) 대표 등 15명을 검거해 서 대표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이 사기 대출에 이용하기 위해 설립한 자산유동화 전문회사(SPC) 대표 전모(38)씨 등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해외로 달아난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엔에스쏘울 전모(49)씨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됐다.

이들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463차례에 걸쳐 16개 KT ENS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8천335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티앤씨 서 대표와 엔에스쏘울 전 대표 등은 대출받은 돈을 회사 운영자금이나 그전 대출금 돌려막기에 썼을 뿐만 아니라 상장회사인 다스텍을 인수하고 충청북도 충주의 별장을 사들이고 명품시계와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KT ENS 김 전 부장도 전 대표 등으로부터 사기 대출을 도와준 대가로 외제 승용차와 법인카드 등을 받아쓰고 이들과 어울려 수십 차례 필리핀, 마카오 등지에서 도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김모(50) 팀장이 핵심 용의자인 전씨에게 금감원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해외로 달아나도록 도와준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감찰 결과 김 팀장이 전씨 등과 어울려 다니며 해외 골프 접대를 받고 수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아 챙긴 사실을 포착해 최근 그를 직위해제하고 수사 의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팀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전씨에게 금감원이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도피할 시간을 벌어줬을 가능성이 있어 관련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근 김 팀장을 소환해 조사했으며,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김 모 팀장은 KT ENS 대출사기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 대출압력은 불가능하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엔에스쏘울 전 대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4일 홍콩으로 달아났다가 뉴질랜드로 다시 도피처를 옮겼다. 이후 남태평양 바누아투공화국을 경유해 홍콩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을 구입해 뉴질랜드에서 출국했지만 홍콩으로 돌아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씨가 경유지인 바누아투 공화국이나 제3국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인터폴과 함께 계속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부당재출 금액 1조8335억원 중 사기 대출 일당이 상환하지 않은 2894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대출금 사용처 등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금융기관별로 대출한도 승인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매출 채권의 진위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등도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