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에코십 등 공통 생존전략 현대重·삼성重·대우조선 각 사만의 차별화된 기술력도 주목
  • 한국은 초(超) 일류 조선강국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 베스트(World Best) 조선소가 무려 3개나 있다. 또 뒤를 탄탄히 받쳐주는 중·소 조선소들의 기술력도 일품이다.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성장정책에서부터 시작된 조선업계의 성장세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러나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피크를 찍었던 선가는 점차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선주들의 발주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에 한국 조선업계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가기 시작했다. 그 전략은 해양플랜트 사업, 에코십 등을 비롯해 각 사들만의 차별화된 기술력들이다. 전성기 때를 생각하면 아직 미미한 회복세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평가지만 각 조선소들은 '태양은 다시 뜬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위기를 돌파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친환경·신제품 기술로 미래시장 선도

    현대중공업은 한 발 앞선 기술개발로 신제품 출시, 선박대형화, 친환경·고연비 선박 등의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61억 달러(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당초 목표였던 230억 달러보다 31억 달러 초과목표 달성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9일 세계 최초로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LNG Floating, Storage & Regasification unit) 건조에 성공했다. LNG-FSRU는 해상에 떠 있으면서 LNG선이 운반해온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필요 시 재기화(再氣化)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설비다. 특히 육상에 건설되었던 LNG 공급기지에 비해 공기가 1년 정도 짧고 건설비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 장점이다.

    현대중공업은 2년여 연구 끝에 LNG-FSRU 독자설계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번 LNG-FSRU의 경우 통상 동종 선박이 5년마다 2∼3개월간 도크에서 받는 유지 보수작업의 주기를 10년으로 늘려 작업 중단으로 인한 조업 손실을 최소화했다.

  •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FSRUⓒ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FSRUⓒ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심해 자원 개발에 따라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양플랜트 부문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계인력 확보와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그룹 설계 전문 자회사인 '현대 E&T'를 공식 출범했다. 현대E&T는 그룹 3사의 조선과 해양사업을 중심으로 설계 및 검사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전문 설계 분야 1,600명과 검사 분야 400명 수준으로 인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에 IT(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십2.0'의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십2.0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십1.0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선박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최적의 경제운항과 안전운항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선박 자세 최적화솔루션'과 '최적 경제운항 시스템'등 스마트십2.0의 개발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개발이 완료되는 2015년이면 지상에서 선박기관 모니터링은 물론 기상상황과 주변 선박들의 운항정보, 항해계획 등 각종 정보들을 종합 분석해 선박항해를 지원하는 스마트십 2.0이 완성된다.

    ◇대우조선, 상선·해양·방산 등 3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작년 한해 대우조선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136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당초 목표액 130억 달러를 초과해 2010년 이후 4년 연속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올해 해양과 조선, 방산분야에서 145억 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운 대우조선은 현재 3대 핵심 사업인 일반상선과 해양플랜트, 그리고 특수선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미래 대해양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 ▲ ⓒ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

    먼저 대우조선은 해양부문 EPC(설계·구매·시공) 각 분야별 핵심역량을 강화한다.

    그 첫 단계로 대우조선은 중앙연구소와 전략기획실 산하의 전략팀을 통합했다. 선박과 해양 제품생산을 넘어 엔지니어링 중심의 연구와 그를 뒷받침하는 미래전략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R&D 역량강화를 위한 엔지니어링 센터 설립도 활발히 진행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마곡산업단지 최종 입주계약을 체결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부터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해 오는 2017년까지 '마곡 R&D 엔지니어링 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친환경·고효율 선박 기술의 집약체인 '에코십'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머스크 사의 1만8270TEU 컨선을 들 수 있다. 이 선박에는 폐열회수장치 (Waste Heat Recovery System: WHRS)가 적용됐다. 이는 선박 추진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다시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장치다.

    샤프트 제너레이터 (Shaft Generator)도 적용됐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불빛이 나오는 것에서 착안된 이 장치는 선박 엔진과 연결된 추진축에 발전용 코일을 설치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준다. 이를 통해 선박 내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외에도 파도 저항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최적화된 선형과 프로펠러 및 러더(방향타)가 적용된 이 선박은 일반 선박 대비 약 22%의 연료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강자로 우뚝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33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 13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수주 실적을 보면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89억 달러를 수주했으며, 상선 부문에서 대형 컨선 14척과 LNG선 14척 등 44억 달러를 수주했다. 해양 89억불은 전체 수주금액의 67%이며, 드릴십 5척 27억불, FPSO 1척 30억불, 대형 잭업리그 2기 13억불 등을 수주했다.

    고부가가치 설비 군으로 분류되는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강자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 ▲ ⓒ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해양플랜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와 스타토일사 잭업리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나이지리아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FPSO를 수주했다. 이 FPSO는 길이 330m, 폭 61m, 높이 34m 크기로 저장용량 230만 배럴에 상부구조(Topside) 중량만 3만6000t에 달하는 초대형 해양설비이다. 총 제작비는 약 30억 달러로 현재까지 발주된 FPSO 가운데 가장 비싼 금액이다.

    또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스타토일(Statoil)사로부터 북해(北海)용 대형 잭업리그 2기를 약 13억 달러에 수주했다. 잭업리그는 통상 대륙붕 지역 유전 개발에 투입되는 시추 설비이다. 선체에 장착된 잭업레그(Jack-up Leg, 승강식 철제 기둥)를 바다 밑으로 내려 해저면에 고정하고, 선체를 해수면 위로 부양시킨 후 시추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도와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심은 얕지만 파도가 거친 해역에 주로 투입된다. 싱가폴과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 잭업리그의 평균 가격이 2억달러 수준인 반면, 이번에 수주한 대형 잭업리그는 6억5천만 달러로 중소형 설비 가격의 3배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