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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 복원하면서 황학동 도깨비 시장 등 주변 노점 상가를 정리해 2004년 초 동대문 축구장으로 이주하면서 만들어진 풍물시장은 2006년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으로 인해 다시 이사를 해서 현재의 신설동에 자리를 잡게 됐다.
풍물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시장에서 각종 골동품부터 생활 잡화까지 다양하고 신기한 것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옛 향수에 젖어 시장을 찾는 나이 든 손님부터 신기한 구경을 하러 나온 젊은 관광객들까지, 왁자지껄 사람 냄새가 나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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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 많은 풍물시장을 한 바퀴 돌고,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걸치면 딱 좋겠다. 시장 2층 빨강동 옛 고을 빈대떡집. 불판에서 ‘치이익’ 하는 기름에 지지는 소리가 눈길을 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즉석해서 반죽을 하고 전을 부치는 사장님은 “손님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미리 만들어 둔 것들은 드리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반죽해서 만들고 있다” 며 분주히 손을 놀린다. -
전에 들어가는 신선한 재료들의 맛도 좋지만, 손님들이 따뜻하게 오래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일반 그릇이 아닌 돌솥 불판그릇에 전을 옮겨 담아서 손님상에 올리는 주인의 마음씨가 돋보인다. 기본메뉴는 전 종류로, 해물파전, 야채전 등이 있다. 이외에도 묵무침 같은 간단한 안주거리도 함께 팔고 있다. 메뉴 대부분이 푸짐한 양과 함께 10,000원을 넘기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
먹을 곳이 모여 있는 빨강동, 2층으로 계단을 오르자마자 눈에 띄는 간판이 있는데 바로 풍물시장의 명물 일본식 어묵집이다. “오뎅이 동동 떠있을 때 찍어야지!” 기자가 가게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자 넉살 좋은 사장님이 훈수를 두신다. 약 7가지 어묵들이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서 먹음직스럽게 떠있다. -
“시장에서 일본식 어묵 집을 보는 건 처음인데, 포장마차에서 파는 일반 어묵이 아니고 일본 어묵집을 여신 이유가 있나요?” 물어보니, 주인은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우리 집에서 파는 오뎅들은 육수부터 달라요. 내가 직접 일본에서 배워 온 방법으로 가쓰오부시 국물(가다랭이포)을 내서 만들고 있지요.” 맛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하다. 주 메뉴가 일본식 어묵인 만큼 모든 메뉴에 탱글탱글한 어묵이 잔뜩 들어간다. 고추냉이간장에 찍어먹는 어묵의 식감이 일품이다. 5,000원이면 배부른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
빨강동에 여러 맛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형광색 메뉴판들이 가득 붙어있는 아귀찜 가게를 빼놓을 수 없다. 따로 가게 이름이나 간판이 붙어 있지 않지만 그저 ‘빨강동 33호’라는 표지만으로도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인터넷에서 맛 집으로 소문나 알음알음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도 많다고.“아귀는 한번 익혀서 나오니까 미리 드셔도 되고요. 다른 재료는 익을 때 까지 기다리셨다가 드셔야 되요.” 차근차근 아귀 먹는 법을 설명해주는 사장 ‘이모님’. “아귀 양이 엄청 많네요!”하며 기자가 감탄사를 연발하자 “아귀 드실 줄 아는 분들은 내장부터 찾아요. 내장도 맛있으니까 버리지 말고 꼭 드셔보세요”라며 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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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 운영 하고 있는데 한산한 시간대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지만 절묘한 양념맛과 주인의 친절함 덕분으로 보인다. 적당히 매운 양념과 간이 잘 배인 아귀, 아삭한 콩나물과 탱글한 해산물의 맛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가격이 싼 건 어머니가 손이 크시기도 하지만 먹는 거에 손님들이 가격 걱정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가격을 고집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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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요리를 주로 하는 데 전 메뉴의 가격이 10,000원 안쪽이다. 제일 비싼 아귀찜과 해물 찜 큰 사이즈도 20,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