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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자동차 정기검사가 대충대충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에 사는 이모씨(40)는 지난달 중순께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으러 교통안전공단 유성자동차검사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사륜구동 차량의 디스크·패드 상태 점검 결과 앞쪽 패드는 마모가 절반쯤 진행돼 '좋음', 뒤쪽은 마모가 90% 진행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앞쪽도 교체가 시급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씨가 "무슨 소리냐"며 정기검사 결과서를 보여주고 따져 묻자 정비업체 직원은 차량에서 뗀 패드와 새 제품을 비교하며 교체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정비업체 쪽에서 수리하지 않아도 되는 부품까지 교체해 이문을 남기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마모 상태를 보고 정기검사 결과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며 "제동장치 쪽은 안전과 직결되는 곳인데 검사결과가 이렇게 달라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기검사 결과가 실제 부품 상태와 다른 것은 디스크·패드 진단의 경우 검사가 맨눈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비업체 한 관계자는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차량을 들어 올려 안을 봐야 한다"며 "검사소에서는 육안으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검사 물량이 많은 데다 직접 정비를 하지 않다 보니 진단 오류에 대한 책임감이 낮아 검사가 대충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른 정비업체 관계자는 "보통 검사소 1곳당 1년에 4만~5만대의 자동차를 검사한다"며 "아무리 기계가 좋더라도 차량 1대당 20~30분꼴로 검사가 이뤄지는 셈인데 공단 입장에선 이게 다 수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소는 진단만 할 뿐 실제 수리는 정비업체에서 이뤄지므로 나중에 문제가 확인돼도 검사소에까지 책임을 묻는 경우는 적어 책임감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일부러 집에서 먼 곳까지 찾아간 것은 교통안전공단에서 하니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고객서비스의 기본은 휴게실 제공 등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검사결과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검사결과를 공표하고 자체 분석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규정상 대충 보거나 하진 않는데 검사원이 실수한 것 같다. 교육이나 부서장 확인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