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질문, 맹목적 변호보단 방안 제시를…
  • ▲ 유상석 경제부 기자
    ▲ 유상석 경제부 기자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신입사원 채용은 보통 가을에 시작된다. 하지만 A은행 등 일부 금융사는 벌써 2014년도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시작한 상태다.

얼마 전 한 지인이 기자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최근 들어 금융권의 이슈, 특히 A은행과 관련된 이슈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되물으니, "A은행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려고 하는데, '최근 관심있게 읽었던 기사 中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두가지를 선택하고 그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A은행이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관점에서 기술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는 것이다.

문득 떠오르는 이슈는 3개 정도였다. 부정적인 이슈로는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관리 허술 논란에서 A은행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A은행 사태'로 일컬어지는 전·현직 경영진의 갈등의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 정도. 긍정적인 이슈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타 금융사에 비해 비교적 괜찮은 성적을 냈다는 점이 떠올랐다.

답을 해주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신입사원은 어떻게 해석할까?'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공채 전형이란 신입사원 후보자와 해당 회사 간의 소개팅과도 같다고. 특정한 인물과 회사와의 첫 만남인데, 아무래도 호감을 많이 표시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건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구직자는 자연스럽게 회사의 호감을 많이 사기 위한 답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A은행 측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 "최근 일어난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 우리 회사의 입장에서 변호하라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제시해보라는 의도로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자칫 "귀하가 입사할 회사를 적극적으로 변호해 보시오"라고 오해해서 받아들일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소개팅 상대방을 꼭 붙잡고 싶다면, 쓴 소리보단 달콤한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 ▲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이 신한은행 신임 시간제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이 신한은행 신임 시간제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이런 결론에 도달하고 나니, 다른 의문이 이어졌다. '구직자들이 자신이 입사할 금융사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언론보도도 접하게 될텐데, 이 경우 그 기관에 몸담고 있는 현직 선배들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이 의문은 A은행이라는 특정한 회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 이 같은 질문은 어느 금융회사에서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이고, 구직자들은 답을 찾기 위해 여러 언론 보도들을 찾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 역시 접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영업 중인 금융회사 중, 최근 내부통제가 미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

    앞으로 여러 금융사들의 금년도 신입사원 모집 일정이 이어질 것이다. 각 금융사들은 자사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다방면의 테스트를 거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 역시 당연한 절차일 테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T/F도 좋고, 보안 강화도 좋지만, 느슨한 내부통제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후배들에 대한 선배들의 '부끄러움'이 아닐까 감히 진단해 본다.

    사실, 그 어떤 말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직에 종사 중인 선배들이 신입사원이 될 후배들에게 부끄러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리라. "우리 회사는 정말 자랑스러운 회사입니다. 동의하나요? 왜 자랑스러운지 써 보세요" 신입사원 모집 전형에 이런 문항이 등장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신입사원에게 한 점 부끄럼 없는 선배들이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