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비용으로 시장 조기 안착 등 장점 많아LF·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브랜드 잇단 론칭일부선 "손쉬운 사업만 전개, 국내브랜드는 뒷전"
  • ▲ ⓒ롯데 ·신세계백화점 제공
    ▲ ⓒ롯데 ·신세계백화점 제공

     

    해가 갈수록 국내 선발 패션업체들은 탄탄한 자금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입브랜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백화점 진출이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속도를 내던 패션대기업들의 수입브랜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LF·한섬 등 국내 대형패션업체들은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는 유명브랜드를 속속 들여오고 있다.

    LF는 올해부터 삼성에버랜드 소속의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 까르벵을 전개한데 이어, 지난 4월엔 미국 플랫슈즈 브랜드 요시삼라 등을 신규브랜드로 론칭했다. 이에 따라 LF는 전체 26개 브랜드 가운데 수입브랜드가 17여 개로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섬은 2012년 '지방시'와 '셀린느'를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넘기는 곡절을 겪으며 수입브랜드 사업이 위축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자체브랜드 '덱케'와 지난달 '지미추'의 남성라인 등을 론칭, 수입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영국의 모터바이크 재킷 전문브랜드 '벨스타프'를 포함해 수입브랜드 수 늘리기에 여전히 주력하고 있으며 201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애초부터 해외 브랜드 수입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지난해 아크네·맥큐·브이엘·로에베 등 5개 수입브랜드를 도입한 것에 이어 올해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국내 판권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입브랜드는 전체 45개 브랜드 중 36개로 늘어났다. 


    ◇ 수입브랜드, 백화점 선호에 안정된 수익까지…국내브랜드는 '뒷전'

    패션대기업의 수입브랜드 사업이 장점만을 갖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수입브랜드들은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전개가 쉽지만은 않다. 특히 대부분은 리오더나 스팟생산이 불가능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그럼에도 패션기업들이 수입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백화점 입점' 여부 때문이다. 백화점이 전체 매출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수입브랜드는 내셔널브랜드보다 백화점에 진출하기 유리한 조건에 있다는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셔널브랜드가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최소 5년이상이 걸리는데 수입브랜드는 브랜드력 때문인지 고객 반응이 빠르다"면서 "때문에 비교적 경기를 덜 타는 고가의 수입브랜드로 안정된 수익을 유지하려 하고, 백화점 등 든든한 유통업체를 계열사로 가진 패션기업은 유리한 조건에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여성복은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자체브랜드 육성보다 손쉬운 수입사업에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기업관계자들은 예민한 반응이다.

    LF 관계자는 "수입브랜드를 키우는 목적이 단순히 내셔널브랜드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내셔널브랜드가 자리잡기까지는 특정 유통망에서 매출·실적 등의 결과가 중요하다. 때문에 수입브랜드의 영업전략 노하우를 익히고, 제품력은 물론 백화점과의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들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섬을 전개하는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육성, 특히 여성복 사업에 큰 어려움이 없음을 피력했다. "한섬은 여성복 브랜드 론칭으로 성장을 했고, 한섬의 자체브랜드인 타임·마인등의 경우는 이미 시장이 포화됐다"며 "내셔널브랜드가 수입브랜드보다 백화점 입점이 어렵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다른 패션 기업들이 수입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최근 내셔널브랜드를 강화해서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라고 대응했다.

    실제로 LF·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전개하는 수입브랜드의 매출액은 전체에서 각각 10%, 20%, 5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수입브랜드 유치를 무조건 질타할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업계는 "대기업들이 선진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국내패션사업에 접목하고,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배가시키며 브랜드 육성의 발판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국내 대기업 패션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 LF, SK네트웍스,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여럿이 있으며 패션이 주력인 기업은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이다. 백화점 계열사로 한정 지으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으로 더 좁혀진다.

    사진=롯데 ·신세계백화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