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괴담'의 진상은 우연히 발견된 '비공개 보안장치''150원 동전', 과거에 쓰였지만 지금은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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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지 괴담'을 들어보셨는지? 1990년대 초반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생) 사이에서 돌던 이 도시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김민지라는 9~10살 가량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유괴범에게 납치당해 토막살인 당했다. 김민지의 아버지는 한국조폐공사 사장이었는데, 범죄로 딸을 잃자 큰 슬픔에 빠졌다. 그는 지폐 및 동전 곳곳에 민지의 흔적을 남기기로 했다. 1000원 권 지폐의 투호에서 아래로 삐져나온 막대 끝에 'MIN'이라고 쓰여 있는 것, 5000원 권 뒷면에 한자로 '지(知)' 자가 쓰여 있는 비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궁금해도 모두 찾으려고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흔적을 모두 찾는 자는 저주를 받아 죽게 되기 때문이다"

'150원 동전'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돈이 있는데, 이게 150원짜리 동전이라는 것. 직원들은 회사 내에 돈을 들고 들어올 수 없는데, 이는 직원 개인 돈과 회사에서 만들어진 돈이 섞이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것. 이 경우 직원들이 휴식시간에 커피나 담배 등을 즐길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용 동전을 따로 제작했다는 소문이다.

국내 유일의 화폐 발권 기관인 한국조폐공사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곳이다. 내부 사정이 외부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여러 소문이 떠돌고 있다. 

전설처럼 회자되는 돈 이야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문일까? <뉴데일리경제>가 박성현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돈 이야기'를 들어봤다.

[Q] 9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서 돌던 '김민지 괴담'을 들어보셨는지?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왜 이런 괴담이 돌게 된 것일까?

[A] 당시 국민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괴담이 돌고 있었나?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긴 한데, 참 재미있다.

조폐공사 사장의 딸이 희생당했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괴담일 뿐이다. 역대 사장 중 그런 사건을 당한 사람은 없다. 당시 언론에서 그런 사건이 보도된 바도 없다. 어린이를 유괴해 토막살해한 사건은 중대한 범죄인데, 사실이라면 보도 안됐을 리가 없다.

조폐공사는 화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 중엔 홀로그램, 숨겨진 그림 등 일반인에게 알려진 장치도 있지만 일반인에게 비공개된 장치도 몇 개 존재한다. 그런 장치의 일부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괴담의 소재가 된 것으로 추측한다.

[Q] 조폐공사 내에서만 통용되는 150원 동전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그런 동전이 있는지?

[A] 지금은 없다. 하지만 과거엔 내부용 동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동전에 실제로 '150'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던 건 아니다. 아무 숫자도, 글자도 없는 동전(소전)을 사용했다. 그 때 자판기에 해당 동전을 150원으로 인식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지금은 그 소전이 사용되지 않는다. 내부에 설치돼 있던 커피자판기·담배자판기를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대신 외부에 매점을 설치했다. 매점 다녀오기 번거로우니 자판기를 다시 설치하자는 건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철저한 보안을 위해 번거롭더라도 참자고 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Q] 동전의 디자인이 1983년을 전후해서 많이 바뀌었다. 100원 동전의 경우, 80년대 초반까지 발행된 것은 테두리에 화려한 문양이 있었는데 80년대 중반부터 점(.)으로 바뀌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A] 모든 화폐의 디자인은 한국은행이 결정한다. 조폐공사는 한국은행이 넘겨준 디자인대로 생산할 뿐이다. 한국은행이 이같이 디자인을 바꾼 데에는 생산성과 발권비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을 단순화함으로써 더욱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Q] 한 때 우리나라의 500원권 동전과 일본의 500엔권 동전의 크기, 중량 등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양 국에서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 500원 동전을 일본 자판기에서 500엔으로 인식했는데, 두 화폐의 가치가 지나치게 차이났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 국가를 향해 '새로운 동전을 제작하라'고 미루는 분위기였는데,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A] 그 때 논란이 됐었던 걸 기억한다. 서로 '왜 우리가 바꾸어야 하느냐'고 티격태격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됐다.

[Q]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외국 화폐도 있다는데?

[A] 15~20년 전에 조폐공사에서 방글라데시 지폐를 생산한 적 있다. 현재는 페루 지폐를 생산하고 있다.

동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하는 편이다. 이스라엘·태국·리비아 동전을 생산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조폐공사의 단골 고객이다.